한국은행이 지난해 7년 만에 순이익이 1조 원대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외화자산 운용수익이 줄었다. 반면 채권이나 화폐발행 비용에 따른 부채는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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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1조9846억 원을 냈다고 4일 밝혔다. 2013년보다 순이익이 4.0% 줄었다. 2007년 4447억 원의 순손실을 낸 뒤 가장 순이익이 적다.
한국은행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2조~3조 원대의 순이익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금리를 2.0%까지 인하하면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순이익이 줄었다. 한국은행은 수익과 비용이 함께 감소했으나 수익의 하락폭이 더 커 순이익이 소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은 국제금리나 환율 등 거시적 경제환경의 변화에 맞춰 순이익이 달라진다”며 “사기업처럼 순이익 감소가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보유한 외화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낸다. 이 수익에서 통화안정증권 이자를 지급하는 등 통화시장을 관리하는 비용을 충당한다.
통화안정증권은 한국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일반인 대상으로 발행하는 단기증권이다. 한국은행은 시장에 들어온 자금이 너무 적다고 판단할 경우 통화안정증권을 팔거나 상환해 유동성을 늘린다. 반대의 경우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통화량을 흡수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통화정책을 완화하면서 빚이 크게 늘어난 것도 지난해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75조1799억 원의 부채를 보유했다. 2013년보다 빚이 6.0% 늘었다.
한국은행은 화폐가 발행된 양을 가리키는 화폐발행잔액이 지난해 11조5789억 원으로 늘었다. 2013년보다 18.3%나 증가했다. 그만큼 화폐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엔화약세 현상에 맞서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181조5149억 원 규모로 늘리기도 했다.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지자 외환시장의 달러를 대거 사들여 가치를 낮춘 것이다.
달러를 사면서 시장에 풀린 원화는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흡수했다. 이 과정에서 통화안정증권의 이자지급액도 함께 늘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순이익이 크게 줄면서 정부재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무자본특수법인으로 규정돼 순이익의 30%를 법정적립금으로 남긴 뒤 나머지를 전부 정부의 세금수입으로 처리한다.
정부는 한국은행의 순이익이 지난해 줄어들면서 약 1조3398억 원의 세입을 얻었다. 2012년 한국은행 순이익에서 나온 세입 2조6744억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2월 공공부문 부채를 새로 정하면서 국제기준에 맞춰 통화안정증권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서 생긴 빚도 국민에게 중장기적 부담을 준다는 면에서 통화안정증권을 공공부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