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업황 부진을 예상하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시설 투자를 대폭 축소하면서 업황 회복을 앞당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일 "4분기부터 본격화된 D램 가격 하락세가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성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바라봤다.
시장 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 분석 자료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평균가격은 9월보다 약 10%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도 10% 중반대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냈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의 침체와 인텔의 PC용 프로세서 공급 차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IT업황 불확실성이 메모리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시설 투자계획을 축소하고 있어 내년 반도체 출하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평택 D램공장과 중국 낸드플래시공장 투자계획을 늦추고 있다"며 "SK하이닉스도 국내와 중국 반도체공장 투자를 축소하거나 가동 시기를 미룰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모두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설 투자를 축소하면 공급 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에 대응해 설비 투자를 줄이거나 늦추고 있다"며 "내년 1분기까지 투자가 일시정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 투자 축소에 경쟁업체들도 동참하면 가격 하락 기간이 짧아지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충분히 업황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19년 반도체시설 투자에 들이는 금액은 약 47조 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가 기존 예상치와 비교해 10% 이상 줄어드는 수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