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터뜨린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사안의 무게 만큼 유 의원의 존재감도 부각됐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지냈는데 친박의 꼬리표를 떼고 정치권에서 새로이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민봉 의원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은 국감에서 자유한국당의 활로를 터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감 초반만 해도 자유한국당은 상당한 수세에 몰려 있었다. 심재철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오남용 의혹에 화력을 집중했으나 오히려 비인가정보 무단 유출로 심 의원이 고발당하는 등역풍도 거셌다.
하지만 유 의원이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유한국당은 비로소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됐다.
유 의원은 17일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 가운데 기존 재직자의 가족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일자리 대물림’ 논란을 제기했다.
이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서울시청을 항의방문하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 동참하면서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단순히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인사권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을 서둘러 추진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정책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미 한전KPS 등 다른 공기업들로 채용비리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자유한국당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유 의원의 공도 그만큼 더 높이 평가될 수 있다.
유 의원은 2017년 국정감사 때도 서울시 산하기관의 채용비리 제보를 받고 의혹을 제기했으나 금방 묻혀 버렸다. 유 의원은 일 년 동안 관련 자료를 끈질기게 모아 이번에 크게 공론화하는데 성공했다.
유 의원은 교수 출신의 의원이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했지만 공직생활이 아닌 학자의 길을 걸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고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로 발탁되며 정치권과 접점을 마련했다. 이전까지 박 전 대통령과 접점이 없었기에 더욱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유 의원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왔으나 유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 의원은 인수위 간사로
박근혜 정부 국정기획의 밑그림을 그린 뒤 정부 출범 후에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2년 가까이 정부 초기 기틀을 다지고 청와대를 떠났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해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 등과 함께 친박계 초선그룹으로 분류됐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자연히 입지가 줄어들었다.
유 의원은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
박근혜 정부에서 2년간 청와대 수석을 역임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유 의원의 원내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7월 유 의원에게 가치혁신TF 위원장을 제안했다가 내부 반발이 일자 철회하기도 했다.
유 의원이 향후 정책 전문가로서 의정활동에 성과를 낸다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총선 불출마 선언을 뒤집고 다음 총선에 출마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떠오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