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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개혁안 '러브레터' 수천통 받은 최정우, 어디서부터 손댈까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10-2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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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개혁안 '러브레터' 수천통 받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104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최정우</a>, 어디서부터 손댈까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할 일이 너무 많을 때, 의미있는 성과를 효율적으로 이뤄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창시자인 ‘성(Saint) 프란체스코’는 조언했다. “꼭 해야할 일부터 시작해라. 그 다음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어느 순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회사의 가장 시급한 숙제를 골라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그는 취임 100일째를 맞아 그룹의 개혁 과제를 내놓기로 했는데 11월5일이니 열흘이 채 안 남았다.

포스코는 대내외적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개혁안을 선정하기 위해 7월부터 각계각층에 ‘러브레터’를 써달라 제안했더니 무려 3300건이 날아왔다. 어떤 일부터 챙겨야할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일은 포스코 어두운 과거와 결별이다.

포스코는 예전 정권 시절에 이뤄졌던 부실경영과 비리 의혹으로 아직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감에서 이명박 정부 때 이뤄졌던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의 회계 처리 기준 위반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4일에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이 11년 동안 포스코 주식에 투자해 2조 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하락하는 포스코 주가를 국민연금이 애써 떠받쳐왔다는 것이다.

포스코에 관한 직접적 추궁은 아니지만 최 회장으로서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에 시달려왔다. 회장이 매번 중도에 낙마하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에서 역사상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지만 두 번째 임기를 채운 이도 없다.

이런 ‘잔혹사’를 끊어내는 것이 포스코의 개혁에 중요한 이유다. 특히 최 회장에게 다음 인사는 전임자인 권오준 전 회장체제와 차별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포스코는 해마다 연초나 연말에 정기 임원인사를 한다. 이번 개혁 과제 발표와 시기가 맞물리는 셈이다. 권 전 회장체제를 떠받치던 오인환 사장 등 사내이사들도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포스코, 지난 정부 10년 간의 비리 진상 규명’ 토론회에서 “포스코의 부실과 비리에 책임 있는 경영진들이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고 비판했는데 최 회장이 인사 혁신을 통해 포스코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힘을 더할 수도 있다.

노조와 동행 역시 포스코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려면 무시할 수 없는 숙제다. 포스코는 50년 동안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했으나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에 새 노조가 출범하면서 수십 년 만의 노사 갈등에 직면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23일 최 회장 등 임원 27명을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포스코 경영진이 직원들의 노조가입을 조직적으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서려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상생 경영을 강조한 만큼 노조 와해 의혹 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전중선 포스코 부사장은 10월 컨퍼런스콜에서 “구성원들의 조직문화와 비즈니스 측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혁안에서 포스코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도로는 ‘인력 재배치’ 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서울 본사의 인력 1500여 명 가운데 300~500명가량을 포항과 광양제철소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은 현장을 지원해야 할 관리인력이 서울 사무소에 지나치게 많이 몰려있는 만큼 대내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장 중심 경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직 개편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최 회장이 포스코의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운 ‘위드 포스코(with POSCO, 사회와 더불어 함께하는 포스코)’와도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다만 터전을 옮겨야 하는 서울 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되다보니 실제 추진이 가능할 지는 불투명하다.

장기 투자자들과 신뢰를 굳히는 차원에서 최 회장이 주주 친화정책을 개혁안에 포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포스코 주가가 1년 사이 하락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한 45조 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놓고 투자자들의 걱정을 가라앉히기 위한 추가적 설명을 내놓을 수도 있다.

개혁안에 어떤 내용이 담기든 이는 '최정우 포스코'의 첫 족적이자 향후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이정표가 될 것이다.

최 회장은 포스코가 3분기에 7년 만의 최고 분기 실적을 내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8일 뒤에 나올 개혁안이야말로 그 앞에 놓인 '진짜' 시험대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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