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10-26 14: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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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품질 문제로 저수익성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현대차는 3분기에 ‘어닝 쇼크’를 낸 것이 일회성 비용 탓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품질 문제에 따른 대규모 리콜이 반복되고 있어 영업이익이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현대차는 자동차부문의 저수익성이 고착화하고 있고 대규모 리콜에 따른 비용 지출로 이익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차가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대폭 밑도는 ‘어닝 쇼크’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은 품질 관련 비용을 대거 지출한 탓인데 이런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5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5천억 원가량의 품질 관련 비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비용에는 세타엔진 리콜과 에어백 리콜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품질전략사업부의 의견을 빌려 “이번에 품질과 관련한 충당금을 대거 반영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부재하다”며 “특히 새 엔진진단 시스템을 장착해 품질 문제가 더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품질 관련 논란들을 놓고 볼 때 현대차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대차의 전망을 온전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품질과 관련해서 에어백 리콜과 같은 개별 부품 이슈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파악했다.
세타엔진 문제는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던 일이기 때문에 현대차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에어백 리콜과 같은 돌발적 변수가 언제라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화재사고가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최근 넉 달 동안 미국 안전규제당국에 접수된 현대기아차 자동차 화재 관련한 신고는 모두 103건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한 번 꼴로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 미국 상원은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경영자를 불러 11월14일 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미국 규제당국이 청문회 결과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시정 명령을 내린다면 현대차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소비자단체는 현대기아차가 화재사고와 관련해 290만여 대를 리콜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차량 화재사고의 비율이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들며 현재로서는 리콜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품질 문제로 지출하고 있는 비용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도 있다.
현대차는 2013년에 판매보증 충당부채 5조8천억 원 가운데 보증수리비용 등으로 9760억 원을 사용했다. 2017년에는 판매보증 충당부채가 5조2천억 원으로 줄었는데 보증수리 등에 사용한 비용은 1조7430억 원까지 늘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판매보증 충당부채의 증가 속도가 리콜비용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 회계에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빈발하는 것”이라며 “당분간 판매보증 충당부채를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일회성 비용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고 봤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2012년만 해도 영업이익률 10%를 보였지만 2013년 9.5%로 떨어진 데 이어 5년 연속 하락해 2017년에는 4.7%까지 낮아졌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2.7%로 지난해보다 더 낮아졌다.
인건비 증가와 판매량 감소에 따른 고정비 비중 증가, 친환경차 투자 등 다양한 대내외적 요인이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11년~2015년에 판매한 자동차의 품질 문제로 리콜과 수리 등으로 나간 비용의 증가가 영업이익률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물론 현대차의 품질과 관련한 문제가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향후 품질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전자에게 엔진 이상을 알려주는 '노크 센서 디텍션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했다. 판매된 차량에도 이를 적용할 계획을 세우는 등 품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 처방'에 나선 셈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3분기에 지출한 품질 강화비용은 고육지책이지만 나름 현명한 대처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엔진의 이상 현상을 진단해주는 새 시스템은 향후 현대차가 쌓아야 하는 충당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