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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TSMC 인텔 파운드리 '삼국지', 미세공정에서 총력전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2-05-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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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TSMC가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미세공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인텔까지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며 판을 흔들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3나노 공정 양산을 앞두고 있는데 인텔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2나노 공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TSMC 인텔 파운드리 '삼국지', 미세공정에서 총력전
▲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가 3나노 공정 연구개발팀을 1.4나노 공정 연구개발팀으로 전환해 6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가는 것을 두고 ‘초격차(결코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위해 상당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직 3나노 양산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 미래에 상용화될 1.4나노 연구개발팀을 가동한다는 것은 경쟁사들의 추격을 의식한 결정라는 것이다. 2나노가 아닌 1.4나노 개발 계획을 언급한 곳은 TSMC가 유일하다.

중국 매체 콰지커지는 “TSMC의 2나노 제품이 2024년 시험 생산될 예정인데 실제 대량 생산은 2026년이 될 것”이라며 “1.4나노 반도체는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져도 2027~2028년에나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3나노 양산에 들어가고 2025년부터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인텔은 3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2나노와 1.8나노 공정을 각각 2024년 초, 2024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삼성전자와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파운드리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 TSMC, 압도적 경쟁력 유지할까

현재의 기술력으로 비쳐보면 대만 TSMC가 2나노 이하 공정에서도 강력한 입지를 유지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로 1987년부터 35년 동안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파온 기업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 파운드리 '삼국지', 미세공정에서 총력전
▲ C.C. 웨이 TSMC CEO(최고경영자).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10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 기술개발 단계도 가장 빠르고 제품 품질이나 수율(완제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운드리기업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오랫동안 모바일 프로세서(AP) 전량을 TSMC에만 맡기고 있는 점은 TSMC의 기술력을 입증해 준다. 삼성전자도 과거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AP를 생산한 적이 있었지만 2015년 아이폰6 이후 모든 물량을 TSMC에게 뺏겼다.

TSMC와 애플과 같은 팹리스의 오랜 협력관계는 고스란히 TSMC의 기술 노하우로 축적돼왔다.

파운드리업체가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설계도마다 수많은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데 이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협업을 진행한 관계일수록 제품 품질을 높이거나 수율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도 TSMC가 장기간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스템반도체는 규격화, 대량생산 등이 특징인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반도체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 팹리스로부터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생산된 칩을 가공하는 후공정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관련 생태계에서 대만이 가장 앞서있다.

대만에는 미디어텍과 같은 대형 팹리스 뿐만 아니라 글로벌 후공정 1등 기업인 ASE 등도 있어 시스템반도체에 최적화된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다만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대외적 문제가 향후 불안요인으로 부각될 수 있다.

아시아파이낸셜은 “서방 동맹국과 TSMC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봉쇄하여 세계 경제에 중요한 반도체를 차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TSMC가 일부 반도체 생산을 대만 밖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 삼성전자, TSMC와 격차 좁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005년 반도체부문 내 시스템LSI사업부의 파운드리 사업팀으로 시작됐는데 2017년 파운드리 사업팀이 독자적인 사업부로 승격되면서 규모를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사실상 파운드리가 반도체 사업의 한 축이 된 것은 5년 밖에 되지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 파운드리 '삼국지', 미세공정에서 총력전
▲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안내.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10나노 이하 첨단공정에 집중하며 TSMC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업계 최초로 10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하였으며 2017년에는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7나노 공정에 도입했다.

첨단공정에 집중한 결과 현재 10나노 이하 공정은 삼성전자와 TSMC가 양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2021년 기준 18%에 그치지만 10나노 이하로 한정하면 4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최근 워낙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성과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10나노 이하에서는 사실상 TSMC와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최근에 논란이 된 수율과 같은 문제도 상당히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트랜지스터 생산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가장 먼저 3나노에서 도입하며 TSMC를 역전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 구성 단위인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뤄진다. 게이트올어라운드는 트랜지스터의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다.

채널과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반도체가 동작하는 전압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3나노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에 성공하면 2나노에서 처음 GAA를 도입할 계획을 세운 TSMC과 비교해 경쟁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매체인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 방식을 최초로 도입해 TSMC를 이기려 하고 있다”며 “반면 TSMC는 2025년 2나노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상용화하기 위한 일정을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 인텔, 전통의 반도체 강자

인텔은 전통의 반도체 강자였지만 2018년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하며 PC용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

파운드리에서 시장점유율이 워낙 낮아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당시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CPU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당시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기술 장벽을 넘지 못했던 점도 철수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삼성전자 TSMC 인텔 파운드리 '삼국지', 미세공정에서 총력전
▲ 팻 겔싱어 인텔 CEO.

하지만 인텔 CEO로 복귀한 펫 겔싱어가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경영 전략을 완전히 변경했다.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을 이대로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7나노를 포기했을 만큼 미세공정 기술력에서는 가장 뒤처져 있다.

하지만 인텔은 한 때 ‘14나노 깎는 장인’으로 불릴 만큼 칩 설계를 잘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선폭의 공정이라도 어떻게 회로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품질에 차이가 발생하는데 인텔이 설계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텔의 14나노 제품은 경쟁사의 10나노 제품과 비슷한 성능을 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C놀리지의 대표인 스코튼 존스는 “인텔의 10나노 슈퍼핀 공정은 TSMC 7나노 공정과 견줄만 하고 7나노 역시 TSMC 3나노와 유사할 것”이라며 “인텔이 계획대로 1.8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한다면 성능 면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미국 팹리스로부터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높은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비제이 라케쉬 미즈호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계획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기를 원하는 미국 국방부의 안보 전략과 합치한다”며 “핵심 고객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퀄컴 등도 미국 내 생산시설을 원하고 있어 인텔은 15~20%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인텔이 파운드리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3나노를 건너뛰어 2나노 이하 공정에 성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생산비가 비싼 미국과 유럽에 주요 공장이 있는 인텔이 파운드리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만만치 않다.

모리스 창(장중머우) TSMC 창업주는 4월 미국의 한 씽크탱크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은 대만보다 약 50% 높은 수준일 것”이라며 “미국은 반도체 위탁생산을 위한 인력 풀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았고 이들을 교육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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