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년 유예기간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초고령화 시대 수익률 현실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증권사는 기존 퇴직연금시장의 강자인 은행이나 보험업계보다 높은 수익률을 강점으로 내세워 고객 유치에 뛰어들 전망이다. 34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시장을 향한 국내 증권사들의 진격이 예고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디폴트옵션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국내 증권사들의 준비 현황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퇴직연금 판 바꾼다①] 7월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340조 머니무브에 쏠리는 눈
[퇴직연금 판 바꾼다②] 디폴트옵션 '첫 성적표', 디폴트옵션 도입 '1년차' 국내 현황은
[퇴직연금 판 바꾼다③]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 인터뷰
[퇴직연금 판 바꾼다④]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 인터뷰
[퇴직연금 판 바꾼다⑤] 홍덕규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본부장 인터뷰
[퇴직연금 판 바꾼다⑥] 홍국일 NH투자증권 연금컨설팅본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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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두고 34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에 공략하기 위한 증권사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34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에 따라 적극적 운용이 용이해지면서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퇴직연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1년 동안의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올해 7월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선택해 놓은 방법으로 전문기관이 대신 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상품 만기 이후 6주 동안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퇴직연금을 자동 운용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상당수가
퇴직연금 적립금을 비교적 안전한 원리금보장형에 관례적으로 투자해 왔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 최근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등 문제가 나타났고 이에 도입된 것이 디폴트옵션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2%에 불과했다. 세계 주요국
퇴직연금 수익률이 8~10%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디폴트옵션은 규약변경, 전산망 구축 등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1년 동안 제도 시행이 유예됐고 그 동안 두 차례의 상품 심사를 통해 디폴트옵션 상품 259개가 통과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디폴트옵션 도입을 계기로
퇴직연금시장의 흐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사 재량으로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퇴직연금시장에서 증권사로의 대규모 머니무브(자금이동)에 대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은행, 보험사에 밀려
퇴직연금시장 점유율 20%대(적립금 기준)를 기록했던 증권사가
퇴직연금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76조31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8.7% 증가한 수준이다.
시장점유율은 22.7%로 지난해보다 0.8%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사 점유율이 25.6%로 내리면서 보험사와의 격차가 2.9%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증권사 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20조9395억 원), 현대차증권(15조6897천억 원), 한국투자증권(11조3070억 원), 삼성증권(10조2244억 원), NH투자증권(5조2691억 원) 순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컸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우리은행(20조8755억 원)의 적립금 규모를 제치고 전체
퇴직연금사업자 가운데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사가 대형 은행의
퇴직연금 규모를 넘어선 것은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한편 국내 디폴트옵션 상품에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되면서 본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폴트옵션 상품군에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상품이 포함되면서 애초 기대한 기대한 수익률 제고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윤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미국, 호주와 달리 원금 손실을 우려하는 국민 정서를 반영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포함했다"며 "그 결과 가입자들이 대거 원리금보장형으로 쏠리면서 일본 원리금보장형 비중이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2018년 76.3%로 오히려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