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12-11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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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주요 기업들이 변화와 쇄신에 방점을 둔 연말 인사를 실시했다. 경제 성장 부진과 글로벌 정세 불안에 대응하고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오너와 이사회 의지가 반영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각 기업별로 위기 돌파에 특명을 안게 된 ‘키맨’의 등장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중장기 목표 수립과 실행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서 촉발된 탄핵 정국 속에서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올해 실시한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맨의 주요 역할과 과제를 짚어본다.
▲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은 2025년에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도시정비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이 대표는 주택전문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아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선택된 만큼 현대건설의 7년 연속 도시정비 1위 달성을 2025년의 핵심 경영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건설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응해 대형건설사들의 대표이사 교체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끝난 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대형건설사 가운데 6곳에 새 대표이사가 내정됐거나 변경됐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은 연말 인사에서 대표 교체가 결정됐고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7월 새 대표를 자리에 앉혔다.
올해처럼 절반 이상의 대형건설사 대표가 교체된 것은 드문 일로 여겨진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우려가 극심했던 1년 전만 보더라도 2023년도 인사에서 포스코이앤씨과 롯데건설에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됐고 GS건설에서 오너경영체제가 들어서는 등 3곳에서만 리더십 교체가 이뤄졌다.
각 건설사의 새 대표들을 살펴보면 재무전문가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만 유일하게 윤영준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주택분야 전문성을 이어 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2022년 말부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를 이끌어 주택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줄곧 회사에서 건축기획실장, 건축주택지원실장, 전략기획사업부장 등을 지내며 현장경험과 전략·기획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내정자가 건설업계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쌓아온 이력을 고려해보면 이 대표의 과제는 주택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대표가 주력할 사업으로는 경쟁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현대건설의 도시정비 분야가 꼽힌다.
현대건설은 올해까지 6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연간 신규수주 1위를 달성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임기 첫해 이 기록을 7년 연속으로 늘리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회사 입장에서나 모두 의미가 큰 일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신규수주로 6조612억 원의 물량을 확보했다. 2위인 포스코이앤씨(4조7191억 원)와 격차, 남은 시공사 선정 일정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1위 자리를 확정했다.
다만 갈수록 건설업계 도시정비 수주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 내정자가 도시정비 신규 수주 1위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의미다.
최근 건설사 주택사업에서는 PF 우발채무 우려, 미분양 걱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도시정비사업이 부각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국내에 30년 넘은 노후 단지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도시정비사업은 사업 안정성은 높고 핵심 지역에서 주택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당초 주택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입찰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수주실적을 보면 올해 들어 더욱 시장은 더욱 팽창한 것으로 집계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날까지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시공사 선정 기준) 합은 모두 25조5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연간 20조400억 원을 이미 넘었다.
건설사별로 봐도 지난해 2곳(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 1조 원에 못 미치는 수주실적을 거둔 반면 올해는 모든 건설사가 1조 원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게다가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이 ‘래미안’ 파워를 앞세워 수주 기조를 점차 공격적으로 전환하는 등 내년에는 더욱 치열한 도시정비사업 일감 확보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1달여 앞으로 다가온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수주전 결과는 이 대표에게 기회이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공동주택 2331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공사로 내년 1월18일 시공사 선정 총회을 앞두고 있다. 조합이 제시한 예정 공사비는 1조5724억 원에 이르며 한남뉴타운의 마지막 격전지로 꼽힌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17년 만에 수주전을 벌이는 사업지인 만큼 최근 2~3년 사이 도시정비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사업지이기도 하다.
입찰 마감 이후 해외 유명 설계사와 협업을 내세우며 최고급 설계 경쟁으로 공식 수주전의 포문을 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최근 파격적 금융조건을 제시하며 조합원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조합 제시액보다 868억 원 낮은 공사비 1조4885억 원을 제시하며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을 7200만 원가량씩 줄일 수 있다는 점, 책임준공 확약 등을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조합원의 자금 운용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분담금을 입주 시점이 아닌 입주 4년 뒤에 납입할 수 있는 조건, 최저 이주비 12억 원 보장 등을 내세웠다.
▲ '디에이치 한강' 조감도. <현대건설>
이 대표가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펼쳐지는 업계 1·2위 수주전에서 승리한다면 임기 초반 주택사업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대표이사로 내정된 전임 윤영준 사장도 같은 해 6월 시공사로 선정된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원으로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점이 주목받기도 했다.
반대로 압구정 재건축사업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확보가 불발된다면 시작부터 아쉬움을 안은 채 임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 대표의 임기에는 서울 주택시장 입지를 확고히 할만한 핵심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는 흑석뉴타운·노량진뉴타운·한남뉴타운 재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이후 추정 공사비만 6조 원에 이르는 3구역을 중심으로 한 압구정 재건축단지, 서울의 대표적 노른자 사업으로 여겨지는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및 여의도 재건축사업이 순차적으로 시공사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세대 수만 2만6600여 세대에 이르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1~14단지) 재건축도 이르면 내년부터 시공사 선정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