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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히어로](3)1천만 원 투자 연 100만 원 수익, '주민 상생' 태백가덕풍력발전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2-13 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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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히어로](3)1천만 원 투자 연 100만 원 수익, '주민 상생' 태백가덕풍력발전
▲ 눈 내리는 가덕산 일대의 풍경. 눈발 뒤로 풍력 발전기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곳에 자리 잡은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민참여형 사업모델을 통해 건설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분야에서 RE100(Renewable Energy 100) 달성을 피해 갈 수 없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쓰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세계적 움직임이다. 국내 산업계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로 시급히 달성해야 할 과제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신속한 확대가 절실하지만 만만치 않은 장벽이 있다.

바로 주민 수용성 문제다.

풍력 혹은 태양광 발전 설비는 모두 설치되는 지역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데다 발전 설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더해져 개발 과정에서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이를 슬기롭게 해결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강원도 태백시의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주민참여형 육상풍력 사업의 1호이자 대표적 국내 모범사례로 꼽힌다.

◆가덕산에 부는 순풍, 국내 풍력발전 평균 웃도는 높은 이용률 

구불구불한 국도로만 100km 넘게 이어진 길. 가덕산까지 찾아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때마침 내린 눈은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밟기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마치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보고 가라는 듯.

설경을 보며 천천히 길을 밟다 보니 어느 새 가덕산이었다.

가덕산 일대에 들어서자 육중한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발전기들은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제각각 다른 속도지만 모두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가덕산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모두 17기.

1단계 사업으로 12기, 2단계 사업으로 5기 등 두 차례에 걸쳐 지어졌으며 설계된 발전 용량은 모두 64.2메가와트(MW)다.
 
[넷제로히어로](3)1천만 원 투자 연 100만 원 수익, '주민 상생' 태백가덕풍력발전
▲ 권오철 태백가덕풍력발전 대표이사는 이용률이 처음 예상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2020년 12월부터 1단계 사업으로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기대 이상의 이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풍력발전의 이용률은 정격 출력에 따른 최대 발전량과 비교해 실제 발전량의 비율을 의미한다.

권오철 태백가덕풍력발전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이용률이 27%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며 “하지만 실제로 가동을 시작하고 보니 예상보다 5%포인트 정도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백가덕풍력발전은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풍력발전은 꾸준히 일정 강도 이상의 바람이 유지돼야 하므로 입지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국내에서 풍력발전이 들어설 만한 입지는 백두대간의 일부 지역과 전라도, 제주도 지역의 서쪽 해안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꾸준한 바람이 불어주는 가덕산 일대는 풍력발전의 최적지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국내 육상 풍력발전의 평균 이용률이 20% 초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0%를 웃도는 가덕산 풍력발전단지의 이용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2021년에 12만3772메가와트시(MWh), 2022년에는 11월까지 10만4348MWh의 전력을 생산해 냈다. 이는 2022년 기준으로 3만7천여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양이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가 생산해내는 전력은 태백시의 1만8천여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양을 충당하는 정도를 넘어 강원도 지역의 전력계통 안정을 위해서도 활용된다. 
 
[넷제로히어로](3)1천만 원 투자 연 100만 원 수익, '주민 상생' 태백가덕풍력발전
▲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육상 풍력발전 평균보다 높은 30%대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통제실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보상의 대상이 아닌 함께 이익 나눌 투자자, 주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그럼 가덕산 풍력발전의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대부분이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는 사업의 설계단계부터 지역 주민들을 '이익공유 대상'으로 놓고 추진됐다.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물론 대부분 개발사업이 지역 주민을 ‘보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시선이다.

개발사업에서 주민이 보상금을 받고 사업에 동의한다면 이후에는 사업 외에 놓인 존재가 된다.

반면 투자자인 주민은 함께 개발에 참여해 이익을 누리는 동반자가 된다.

태백가덕풍력발전의 지분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부문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태백가덕풍력발전의 지분 구조를 보면 강원도가 26.23%, 태백시가 17.77%로 관련 지자체가 44%를 보유하고 있다. 지자체 외에 지분율은 한국동서발전 34%, 시공회사인 코오롱글로벌이 20%, 강원지역 기업인 ‘동성’이 2% 등이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에서 나오는 수익의 80%가 직간접적 형태로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셈이다. 태백가덕풍력발전은 혁신적 사업모델과 지역사회 기여 등을 인정 받아 2021년엔 지방공기업 혁신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주민이 투자자가 돼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은 국내에서는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비교적 활성화된 사업 형태다.

특히 재생에너지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에서는 재생에너지 관련 주민협동조합의 수가 1천여 개를 웃돌 정도다.

권 대표는 “가덕산 풍력발전이 지역사회의 호응을 받으면서 추가 사업 등을 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이제 국내에서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와 같은 개발사업을 유치하는 사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제로히어로](3)1천만 원 투자 연 100만 원 수익, '주민 상생' 태백가덕풍력발전
▲ 루트에너지는 가덕산 풍력발전 사업에서 주민참여형 사업모델을 성공시킨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에 SK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예금보험공사 사장상을 받았다. 사진은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앞 줄 오른쪽)가 수상 뒤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루트에너지>
◆ 주민참여의 핵심은 신뢰, 주민과 사업의 가교 역할을 한 ‘루트에너지’

주민들이 풍력발전과 같은 대규모 사업에 단순한 동의를 넘어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기까지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주민의 입장에서는 사업이 문제 없이 진행이 될 수 있을지, 실제로 이익을 나눠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가덕산 풍력발전사업의 투자자인 A씨를 태백시의 한 까페에서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 봤다. A씨는 태백시 주민인 58세 여성이다.

A씨는 “가덕산 풍력발전사업 1단계를 진행하면서 처음 주민을 대상으로 펀딩할 때는 여러 가지로 의심스러웠다"며 "남편이 곧 퇴직하는 만큼 잘 되면 용돈벌이는 되겠다는 생각으로 1단계 사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가덕산 풍력발전 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민 신뢰가 쌓이는 과정에는 재생에너지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루트에너지’의 역할이 컸다.

루트에너지는 사업 초기단계부터 주민 동의, 펀딩 등 주민의 신뢰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맡았다. 가덕산 풍력발전단지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에는 이익 배분 등 사후관리도 맡고 있다. 루트에너지의 금융 관련 활동은 모두 금융감독원의 감시, 감독을 받아 진행된다.

루트에너지의 노력으로 가덕산 풍력발전 사업의 1단계 펀딩을 마친 뒤 실제 주민들에게 이익이 배당되기 시작하자 지역사회의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었다.

A씨는 “솔직히 잘 안돼도 밑져야 본전이겠지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분기마다 이익금이 꼬박꼬박 들어오니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1단계 사업을 진행하면서 쌓인 신뢰는 2단계 사업에서 성과로 이어졌다.

루트에너지 관계자는 “주민동의 100%를 얻는 데 1단계 사업에서는 26개월이 걸렸다”며 “하지만 2단계 사업은 4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루트에너지는 현재 분기별 고정금리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당하고 있다. 1단계 사업 투자자들에게는 세전 8.2%, 2단계 사업 투자자들에게는 세전 11%의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투자 기간은 20년으로 만기에는 원금이 반환된다.

투자상품당 500만 원씩 두 번 참여해 1천만 원을 투자했다면 분기마다 세전 기준으로 27만5천 원에 가까운 이익이 배당된다. 20년 동안 연 1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A씨는 “3단계 사업이 진행된다면 참여할 바로 참여할 생각”이라며 “이제는 주변 동료들도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넷제로히어로](3)1천만 원 투자 연 100만 원 수익, '주민 상생' 태백가덕풍력발전
▲ 태백시는 현재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풍력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넘어 지역경기 활성화 측면에서도 주민참여형 모델의 다양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은 태백시 목련길 도로 끝에서 바라본 태백시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아직 갈 길 먼 재생에너지 사업, 주민참여 넘어 지역경기 활성화까지 ‘숙제’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이제 국내에서 첫발을 뗀 정도다.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수많은 인허가 등 복잡한 행정절차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데 주민 참여 등 사업형태와 무관하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권 대표는 “풍력발전 설비를 설치하기까지 행정절차가 너무나 복잡하다”며 “환경부 등 관계부처는 물론 국방부까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지자체에서도 강원도, 태백시 등이 모두 관여한다”고 말했다.

관련 법규에 따라 주민의 투자에 한계가 너무나 엄격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가덕산 풍력발전 사업에서는 태백시 주민만을 대상으로 펀딩이 진행됐으며 사업당 500만 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었다.

지역 주민에게 우선 이익을 주고 투자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제한이지만 대규모 사업자금을 모으고 지역 주민들이 더 만족할 만한 수익을 주기에는 지나치게 규제의 강도가 강한 측면이 있다.

A씨는 “인근 지역인 삼척시에 사는 지인들도 참여하고 싶어하는데 현재로서는 참여할 방법이 없다”며 “사업당 500만 원 투자한도도 조금은 더 늘려 줘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민수용성 문제에 해법이 될 수 있는 주민참여형 개발사업 모델을 재생에너지는 물론 다른 종류의 사업으로도 확장해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한 수단과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덕산이 위치한 태백시는 지난해부터 인구가 4만 명을 밑돌면서 인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현재 전국 시 가운데 가장 인구가 적은 시가 태백시다. 태백시는 시로 승격이 됐던 43년 전만 해도 인구가 11만 명을 웃돌았지만 석탄 산업이 저물면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었다.

태백시는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교정시설까지 유치하면서 인구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인구 확보와 지역 경기부양 문제는 비단 태백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철원, 화천 등 강원도 다른 지역은 물론 국내 대부분 지방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주민참여를 통해 재생에너지는 물론 다양한 시설을 유치하는 일은 태백시의 인구 문제와 경기부양에 해법이 될 수 있다.

권 대표는 “현재 태백가덕풍력발전은 지역주민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지역을 살리기에 부족하다”며 “외부 인구가 유입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시설은 물론 뭐라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주민참여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넷제로히어로](3)1천만 원 투자 연 100만 원 수익, '주민 상생' 태백가덕풍력발전
▲ 강원도 태백시 가덕산에 위치한 풍력발전단지의 전경. <태백가덕풍력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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