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회장으로서 넓은 시각으로 신규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인수합병을 포함한 호반의 미래 비전 찾기에 전념하겠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1월 ‘2018년 호반그룹 신년 전략회의’에서 무엇보다 호반의 미래 비전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최근 2500억 원 규모의 리솜리조트 인수합병을 마무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대표 계열사인 호반건설과 호반의 상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회장은 이번 상장을 통해 안정적 경영권 승계와 경영 투명성 강화, 호반베르디움 인지도 확대 등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노리고 있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이 호반건설과 호반의 ‘선 합병 후 상장’을 추진하는 데는 기업가치 상승과 함께 경영권 승계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려는 뜻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반과 호반건설은 2018년 시공능력 평가에서 각각 13위와 16위에 올랐는데 합병을 가정하고 이들의 평가액을 단순히 합산하면 합병법인은 시공능력 평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시공능력 평가 10위권은 대기업 건설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만큼 호반건설과 호반이 합병으로 덩치가 커지면 상장시 기업가치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김 회장은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 지분을 자연스럽게 물려줄 수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계열사의 지분 배분 등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미리 준비해 왔는데 호반건설의 지분은 자녀들에게 하나도 물려주지 못했다.
김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대헌 호반 미래전략실 전무는 5월 기준 호반의 지분 51.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두 회사의 합병비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합병법인의 최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호반건설은 5월 기준 김 회장이 지분 29.1%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친족, 계열사, 비영리법인인 호반장학회 등 동일인측이 모두 지분 98.3%를 보유하고 있지만 김 전무를 비롯한 세 자녀의 지분은 하나도 없다.
김 회장은 이번 상장으로 호반건설의 기업 투명성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문재인 정부 들어 자산총액 5조 원을 넘기면서 2017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처음 지정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특수관계인과 관련한 부당한 이익 제공 등이 금지되고 공시 의무(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대규모 내부 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기업집단 현황 공시) 부담을 진다.
공정위가 1일 발표한 ‘친족 독립경영 인정제도 운영상황’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계열사 40개 가운데 10개를 친족 독립경영으로 분리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이 계열사를 분리했다.
공정위가 8월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 분석’에 따르면 호반건설(16개)은 60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중흥건설(35개)에 이어 사익편취 규제(일감 몰아주기) 대상 회사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김 회장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기업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야할 필요성이 커졌는데 기업공개를 통해 기업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은 이번 상장으로 전국구 수준에 걸맞은 호반의 인지도 상승도 기대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어 인지도를 많이 높였지만 여전히 전국구 건설사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공공택지사업을 통해 호반건설을 키웠는데 서울 및 수도권, 지방 주요 도시에서 공공택지 공급이 줄어들면서 서울 등 주요 재개발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상장은 단순히 기업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 주주들에게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김 회장의 상장 카드는 호반건설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 건설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국구 건설사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셈이다.
송종민 호반건설 사장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상장 추진과 합병을 통해 개발과 운영, 건설사업, 레저사업 등을 아우르는 종합 개발회사(디벨로퍼)의 지위를 견고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