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11년 만에 신한금융지주의 인수합병에 성공하며 신한금융그룹의 도약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지분 59.15%를 2조2989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생명보험회사들이 기준 맞추기에 어려움을 겪고 앞으로 성장성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2조3천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이다.
단순하게 오렌지라이프가 지난해 거둔 순이익 3402억 원에 지분 59.15%를 적용해 지분법상 이익만 따져보면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은 한 해 2천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신한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조3천억 원을 투자해 최소 2300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얻어야 본전인데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의 매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단기간에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올렸을 가능성도 커 보이고 어려운 생명보험업황을 감안하면 신한금융지주가 지분법상 얻게 되는 이익은 더욱 쪼그라들 수도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의 자기자본 이익률(ROE)이 9.5~1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신한금융그룹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아지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오렌지라이프가 매각 작업을 위해 수익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된 상태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바라봤다.
오렌지라이프가 그룹 시너지에 힘을 보태지 못하면 비은행부문을 강화했다는 명분만 남은 채 ‘오버페이(인수비용과대)’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생명보험업, 신한금융그룹의 ‘아픈 손가락’에서 새 성장동력으로
조 회장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신한금융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 신한생명 기업로고(위)와 오렌지라이프 기업로고.
신한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생명보험분야가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꼽힌다.
신한카드가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카드업계 1위를 굳건히 하고 있고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캐피탈 등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신한생명은 자산규모 기준으로 업계 8위에 머물고 있는 데다 상반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신한생명이 새 국제회계기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조 단위의 자본 확충도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 회장이 2020년까지 각 업계 선두 계열사를 만들겠다는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계열사 협업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명보험업이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어차피 신한생명의 자본 확충에 들어갈 자금에 추가로 돈을 보태 오렌지라이프를 사들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그룹의 이익규모를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생명보험업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인구 고령화와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헬스케어와 인슈테크(보험+기술) 등이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생명보험업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도 높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생명보험업은 국내 금융시장의 성숙도와 인구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안정된 성장이 기대되는 업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