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에게 희망퇴직 확대를 권고했지만 은행들은 자율적 문제라며 금융위원회 방침에 무작정 따를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일자리 확대를 위해 희망퇴직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희망퇴직은 청년 고용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5월28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퇴직금을 올려 희망퇴직을 활성화해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은행 취업 기회를 주길 바란다”며 “희망퇴직을 확대한 은행에 보상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5월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10명이 희망퇴직하면 7명이 새로 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5월30일 공식 발표문을 내고 최 원장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희망퇴직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할 일이지 최 위원장이 참견할 일이 아니다”라며 “총 고용 확대를 고민하지 않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면 제자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 아니고 총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먼저 도입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해 희망퇴직을 확대하기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희망퇴직으로 경력자들이 퇴사하게 되면 남은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 근로시간을 쉽게 단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의 발언에 은행권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연초 또는 연말에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희망퇴직 접수 이외에 추가로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아직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용을 늘리기 위해 희망퇴직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청년 일자리에만 치우친 정책”이라며 “30대 후반에서 40대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면 신입직원이 업무에 익숙해질 2~3년 동안은 남은 직원의 업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희망퇴직을 늘리기 위해 은행이 치러야 할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 “은행이 희망퇴직을 많이 받으면 퇴직금을 올려주고 제2의 삶을 위한 퇴직자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많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희망퇴직 1명 당 3억 원 정도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4곳에서 2017년 하반기~2018년 상반기로 희망퇴직을 받아 지출한 퇴직급여 비용은 모두 합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은행 인력구성비율을 볼 때 일반행원보다 과·차장, 팀장 등 책임인력이 더 많아 희망퇴직으로 세대교체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책임인력이 받는 연봉액수가 높아 중장기적으로는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것이 은행에도 이득이라는 것이다.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2017년 평균 직원비율을 살펴보면 책임인력을 제외한 일반행원이 46.3%로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