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18년 2월9일 유럽 베니스에서 열린 '2018 셀트리온헬스케어 인터내셔널 써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신대륙을 찾아 떠난 '콜럼버스'의 심정으로 미국 혈액암,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의약품시장은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지만 유럽과 달리 바이오시밀러분야에서 아직 신대륙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혈액암 치료 바이오의약품인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미국에서 단독이자 최초로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30일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 승인을 위해 추가 보완자료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내면서 올해 안에 승인이 잠정 확정됐다"며 "셀트리온의 미국 판매승인은 6개월 뒤인 올해 11월말에서 12월 초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트룩시마는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다. 리툭산은 로슈가 판매하고 있는 혈액암 치료 바이오의약품으로 지난해 매출만 8조 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전체 리툭산 매출의 53%인 4조6천억 원 가량이 미국에서 나왔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트룩시마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유럽에서는 리툭산 특허가 이미 만료됐지만 미국은 올해 12월 특허가 끝난다.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미리 특허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판매허가 일시보류(CRL) 결정을 받았다. 지난해 셀트리온이 지적받은 공장 품질 관리와 관련이 깊었다.
신 연구원은 "미국 식품의약국과 긴밀한 협의 끝에 이번 보완자료 제출 등 제품 승인에 대한 프로세스가 진행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셀트리온은 특히 경쟁사인 산도스보다 앞서 나가면서 시장 선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산도스는 '릭사톤'이라는 이름으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유럽과 미국에서 셀트리온과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시장 선점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시장은 시장을 선점하는 제품이 시장의 파이를 독차지하는 구조라 최초로 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2월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세계 최초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의 판매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4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산도스는 유럽에서 셀트리온보다 2개월가량 릭사톤 출시가 늦어지며 유럽시장 점유율에서 셀트리온에 밀리고 있다.
산도스는 미국에서도 셀트리온보다 3개월가량 늦은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릭사톤 판매허가 신청을 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5월2일 산도스의 릭사톤을 놓고도 판매허가 일시보류(CRL) 결정을 내렸다. 셀트리온으로서는 역전을 허용할 수 있었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신재훈 연구원은 "산도즈는 아직 후속조치와 관련한 뉴스가 없다"며 "셀트리온은 미국시장에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퍼스트무버로서 지위가 확고하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은 내친김에 로슈의 유방암, 위암 바이오의약품인 허셉틴의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도 꾀하고 있다.
셀트리온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허쥬마 판매허가 신청을 냈다. 트룩시마 판매승인 신청을 낸 지 한 달 만이다. 앞서 유럽에서는 올해 2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허쥬마 판매 허가를 받았다.
허셉틴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8조 원에 이른다. 허셉틴 관련 물질특허는 유럽에서 2014년 7월에 끝났지만 미국에서는 2019년 6월까지 유효하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트룩시마와 함께 허쥬마를 놓고 판매허가 일시보류(CRL)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 트룩시마의 허가 절차가 재개되면서 조만간 허쥬마를 놓고도 미국 식품의약국이 제품승인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훈 연구원은 "허쥬마가 올해 안으로 판매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서정진 회장은 허쥬마의 미국시장 확대를 위해 온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허쥬마의 유럽시장 선점을 위해 3월 초부터 두 달 일정으로 유럽 출장길에 올라 주요 병원을 방문해 핵심 의사진 및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고 바이오시밀러 판촉활동을 벌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앞으로 2년이 무척 중요하다"며 "허셉틴 유럽 바이오시밀러시장 선점에 성공한다면 서 회장은 이후 미국 바이오시밀러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