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노조와 대주주 사이의 경영권 갈등이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DST로봇이 삼부토건 노조와 갈등을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경영권을 우진에게 넘겨줬지만 우진도 삼부토건 경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부토건 노조는 우진이 충분한 자금 없이 선계약을 한 뒤 투자자를 모집한 점, 우진이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원전 폐로사업이 삼부토건과 큰 연관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우진의 경영권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삼부토건 노조는 “DST로봇 지분의 보호예수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인수가 진행됐다”며 “인수 계약이 완료되기 전에는 우진을 대주주로 인정할 수 없고 경영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할 계획도 세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우진은 23일 삼부토건 지분 7.68%를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사모투자합자회사의 지분 99.0%를 102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우진은 추가로 291억 원을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사모투자합자회사에 출자해 DST로봇이 보유한 삼부토건 지분 15.36%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79억 원은 DST로봇이 보유하고 있는 삼부토건 주식 88만1845주의 콜옵션 행사가격이다.
우진은 DST로봇과 디에스티글로벌투자파트너즈사모투자합자회사의 지분 양수도 거래가 완료되는 2019년 3월17일까지 지분 인수 중도금 52억 원을 뺀 나머지 50억 원과 추가 출자분 291억 원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확보할 수 있는 자금력은 충분하지 않다. 2018년 1분기 우진의 현금성자산은 별도기준 99억 원 수준이고 기타 유동자산은 374억 원 정도다.
충분한 자금력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계약이 이뤄진 만큼 기간 안에 계약을 정상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우진은 전환사채(CB) 발행과 우진펀드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인수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분명한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삼부토건은 여러 투자자가 얽힌 DST로봇 컨소시엄에 인수된 뒤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앓아왔다.
삼부토건이 원전 폐로사업과 관련해 경험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우진은 삼부토건을 인수함으로써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맞춰 원전 폐로사업자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부토건은 원전 시공자격을 보유하고 있고 2014년 신고리5·6호기 건설공사에 입찰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부토건 주력사업은 도로공사와 교량공사, 공공건물 건설 등 토목공사를 기반으로 한 주택, 건축사업이다. 토목과 주택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54%에 이른다.
2018년 기준 삼부토건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수주잔고 33건 가운데 발전소 건설 공사는 파키스탄 수력전력청에서 발주한 파키스탄-골렌골 수력발전소 공사가 유일하다.
33건 가운데 23건이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도로, 공구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고 나머지 9건도 춘천 청사 건립공사, 경복궁 복원 공사, 해외 도로건설 공사 등이다.
삼부토건 노조는 “원전 폐로사업은 시행해 본 적이 없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