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이 인슈테크의 선두주자로 DB손해보험을 자리매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김정남 사장은 지난해 말 DB손해보험의 회사이름을 바꾸고 인지도를 다시 쌓아야 하는 어려운 영업환경에 맞닥뜨리게 됐다.
손해보험 회사들은 4월부터 실손보험의 ‘끼워팔기’가 금지돼 단독으로만 판매할 수 있다.
실손보험은 손해율(납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이 높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을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등 주계약에 묶어 판매해 손해율을 만회해왔는데 금융위원회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으로 이런 전략이 불가능해졌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이 과거 병력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던 이들을 위한 상품을 내놓도록 권고하면서 DB손해보험 등 7개 손해보험사들은 4월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을 대거 내놓았다.
이 상품들은 출시 한 달 만에 4만 건이 판매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업계는 오히려 울상이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기존 실손보험보다도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해보험업계의 영업환경이 불리해지고 있다”며 “국내 보험사들도 인슈테크 등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원과 사업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광석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도 “보험산업은 새로운 디지털기술에 적응해 수익과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인슈테크는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핀테크,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등을 접목한 보험상품이나 서비스를 두루 일컫는다.
김정남 사장은 일찌감치 인슈테크를 강조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2013년부터 설계사를 대상으로 현장 업무보조를 위한 갤럭시탭과 아이패드 등을 지급해 업무 효율화를 모색했다.
김 사장은 1979년 동부그룹(현 DB그룹)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몸을 담았다. 1984년 DB손해보험으로 합류해 개인영업, 보상, 신사업부문 등 업계에서 유일하게 보험 전 분야를 경험한 CEO로 손꼽힌다.
보험업계의 ‘50대 CEO’ 추세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 업계 처음으로 4연속 연임에 성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가 2010년 DB손해보험 사장에 취임한 이후 매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한 점을 감안하면 놀랍지 않은 일이다.
올해는 부임 8년 만에 새로운 회사이름으로 다시 출발한 만큼 어깨가 무겁다. 더욱이 DB그룹이 핵심계열사였던 동부대우전자를 매각하고 금융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고 있는 만큼 김 사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핀테크와 모바일, 데이터 기반의 IT 활용 역량을 고도화해 금융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DB손해보험은 2016년 SK텔레콤과 업무협약을 맺어 인슈테크 상품인 ‘UBI자동차보험’을 국내 최초로 내놨다. 이 보험은 SK텔레콤 T맵을 통해 자동차 운전자의 운전습관 데이터를 모으고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지난해 보상직원 850여 명을 대상으로 아이패드를 지원하기도 했다. 기기값과 전용 프로그램 개발비용을 포함하면 이 프로젝트에 투자한 비용만 10억 원을 넘어선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영업조직에 스마트기기 지급과 시스템 도입을 한 적은 있지만 보상 조직에 적용한 것은 DB손해보험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에는 카카오톡을 통해 고객과 보험상담을 하는 챗봇 서비스도 국내 최초로 도입했고 해킹이나 정보유출 피해를 보상하는 사이버보험도 확대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B손해보험은 국내 손해보험 업계에서 인슈테크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단기적 수익성보다는 인슈테크를 활용한 상품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우량 고객 분류기준의 다각화, 요율 세분화, 새로운 고객 확대 등이 가능해져 상품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험사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용과 보험급 지급에 걸리는 시간 등을 아끼고 있다.
외국의 인슈테크 사례를 보면 일본 메이지야스다생명은 보험금 지급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병원 진단서의 문자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정보를 처리하는에 메이지야스생명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보험금 청구 이후 2일 내 지급 처리 비율을 50%에서 80%로 끌어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