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5-01 16:02:21
확대축소
공유하기
쌍용건설이 최대주주인 두바이투자청(ICD)과 시너지를 내는 데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김석준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은 '오너경영인'이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 두바이에 직영체제를 갖추는 등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는데 2020년 두바이에서 열릴 엑스포와 관련한 공사를 따내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
▲ 김석준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이 두바이투자청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쌍용건설은 2015년 말에 두바이에서 로얄 아틀란티스호텔 공사와 브룩필드 플레이스 공사 등을 수주해 도급액 기준 약 6천억 원가량의 일감을 확보했다.
당시만 해도 두바이투자청의 적극적 지원을 받아 쌍용건설이 해외에서 일감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쌍용건설이 두바이에 진출한 것이 2002년 이후 13년 만이라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2016년 데이라 워터프론트 개발사업(1127억 원)과 2017년 아틀란티스 매니지먼트·스태프 숙소공사(712억 원)을 따낸 뒤 현재까지 별다른 추가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법정관리를 겪다가 2015년 1월에 아랍에미리트(UAE) 2대 국부펀드인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됐다.
두바이투자청이 보유한 자산 규모만 2015년 기준으로 230조 원 안팎인 데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자산도 170조 원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인 만큼 쌍용건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도급액 기준으로 볼 때 두바이에서 따내는 일감이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쌍용건설이 최근 3년 동안 1조 원에 미치는 못하는 매출을 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바이에서 3년 동안 따낸 공사는 1년치 일감도 채 되지 않는다.
실적만 놓고 봐도 쌍용건설과 두바이투자청의 시너지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쌍용건설은 2015년에 영업손실 1250억 원을 냈다가 2016년 영업이익 284억 원을 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다시 64억 원으로 줄었다.
2016년보다 2017년 매출이 더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어서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 2020 두바이 엑스포 투시도.
두바이투자청이 직접 소유한 자회사라고 하더라도 쉽게 공사를 내어주지 않는 문화를 지니고 있어 쌍용건설이 두바이에서 일감을 확보하는 데 고전하는 것으로 건설업계는 파악한다.
쌍용건설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문경영인’ 김석준 회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한때 재계서열 5위에 올랐던 쌍용그룹의 회장까지 오른 ‘오너기업인’이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쌍용건설이 위기에 닥칠 때마다 다시 대표이사에 복귀해 해외 건설명가로 불렸던 쌍용건설을 재건하는 데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김 회장은 쌍용건설이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된 이후에도 계속 경영을 맡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9851억 원)이 애초 목표로 세웠던 금액(1조3천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임원들을 대거 물갈이하며 조직쇄신의 고삐를 죄기도 했다.
김 회장은 현재 쌍용건설과 두바이투자청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두바이 현지에 쌍용건설 직영체제를 갖추는 등 전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된 뒤 연휴 때마다 두바이를 찾아 해외영업에 직접 나서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바탕으로 2020년 두바이에서 열리는 엑스포와 관련해 두바이투자청이 발주할 여러 개발공사들을 수주하는 데 성과를 낼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