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내정자. |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래 여러 차례 마음을 졸였다.
금융 관료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금융감독원장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금융 관련 기관의 수장 물망에 수차례 올랐지만 번번이 밀려났다.
금융 관료이기 때문에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금융 관료이기 때문에 개혁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그가 마침내 NH농협금융지주를 이끌게 됐다.
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19일 회의를 열고 김 전 원장을 새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김 내정자는 1957년 전남 보성군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과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했다.
금융 요직을 두루 거치며 ‘장관감’이라는 말까지 듣었으나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검찰은 당시 부산저축은행의 대전저축은행 인수를 돕는 등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김 내정자가 뇌물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기소했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금융위원회에 복직했다. 2014년에 사표를 내고 금융위원회를 떠난 뒤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그동안의 시간이 억울했지만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불행하지 않았다”며 “어려운 일을 겪고 나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NH농협금융지주의 회장 자리는 조금 독특하다. 기업인과 관료로서의 자질을 함께 지녀야 한다.
다른 금융지주회사와는 달리 농협 계열사로서 실적 증진 못지않게 농업발전과 농민의 소득 증대에 기여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농업정책과 금융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정부 의중도 잘 파악하고 소통도 원활해야 한다.
2012년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이래 이번 김 내정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회장이 관료 출신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임추위 관계자도 “김 내정자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으로 일하며 농협과 인연을 맺어 농협문화와 조직, 농협사업 전반에 이해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농협중앙회와 보조를 맞추며 NH농협금융을 국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키워낼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이제 금융권에서 다시 명예회복을 노리게 됐다.
NH농협금융지주는 28일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김용환 회장의 리더십 아래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김 내정자는 새 회장으로서 이 실적 증가세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목표인 '농가소득 5천만 원 달성'에 기여할 수 있게 농민을 지원하는 계획도 내놔야 한다.
김 내정자가 금융 관료로 쌓은 실력에다가 '억울했던 경험'을 더해 ‘더 넓은 시야’로 이 자리를 승화시킬 수 있을지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용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