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 무역 분쟁으로 ZTE와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미국 수출길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제재를 강화하면서 미국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입지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유지에 중요한 보루인 미국시장에서 뜻밖의 기회를 맞고 있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 부사장. |
블룸버그는 18일 "중국 ZTE가 미국 정부의 명령으로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며 "여러 대안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ZTE가 앞으로 7년 동안 미국업체의 부품을 공급받거나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지 명령을 내린다고 16일 발표했다.
ZTE가 미국의 제재 조치를 무시하고 이란과 북한에 통신장비를 수출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의 연장선에서 나온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ZTE의 미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11.6%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명령대로라면 ZTE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이를 대신해 탑재할 운영체제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스마트폰 관세 부과와 수입제한 조치 등을 검토하는 한편 이통사와 유통점 등에도 중국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화웨이와 미국 AT&T가 스마트폰 유통을 놓고 진행한 협력 논의가 무산되고 베스트바이 등 미국 대형 체인점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가 중단된 점이 근거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ZTE에 이어 화웨이도 미국 정부의 조치에 영향을 받아 스마트폰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화웨이가 미국 진출 계획을 포기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노버도 모토로라 브랜드 스마트폰으로 5%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의 이런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기업으로 꼽힌다.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등 기관은 최근 미국 소비자들에 "정보 유출 위험이 있는 ZTE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기를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도 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IT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며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 노력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중국 업체의 입지가 좁아지는 점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에 호재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지난해부터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존재감이 이미 사라졌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인도와 중동, 남미, 유럽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중국 ZTE가 미국에 출시한 스마트폰 '액손M'. |
반면 미국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통사와 협력관계를 돈독히하며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꾸준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SA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5%, LG전자는 17%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이 가장 큰 국가인 만큼 중국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중요한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중국산 스마트폰을 구매하던 수요층이 가격대와 운영체제가 다른 애플 아이폰을 구매하기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으로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미국에서 전망이 어두워져 새로운 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싸움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수요 반등 기회가 절실했는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큰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이 연구원은 "미국시장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다져온 ZTE 등 중국업체의 야심이 의심으로 바뀌었다"며 "사업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