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라도 밀리지 않을 수 있을까. 사업가라면 한두번 겪는 두려움이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 역시 의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세우자 불면증이 찾아왔다고 한다. 자려고 누우면 월급 걱정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미셀이 적자를 벗지 못한 지도 15년째다. 김 대표는 간경변 줄기세포 치료제인 ‘셀그램-리버(셀그램LC)’에 희망을 걸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셀그램-리버의 조건부 품목허가 심사결과를 이르면 3월 말 내놓는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파미셀 주가는 20일까지 10거래일째 급등하기도 했다.
조건부 품목허가는 임상2상 자료를 바탕으로 의약품 시판을 허가하는 제도다. 임상3상이 없이도 국내 판매가 가능해진다는 뜻인데 이 허가를 받게되면 셀그램-리버는 현존하는 유일한 간병변증 치료제가 된다.
김 대표로서는 의사를 관둔 뒤 ‘험로’에서 고전하다 마침내 터널 끝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아주대병원 혈액내과 골수이식팀장으로 일하면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하다가 2002년 정부가 줄기세포를 의약품으로 지정해 시술에 제한이 생기자 파미셀을 설립했다.
순탄한 길을 포기한 보람은 물론 있었다.
김 대표는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인 급성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을 만들어냈다. 이 공로로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기쁨도 잠시였다.
하티셀그램은 기대와 달리 판매가 부진했다. 사용할 수 있는 환자의 수가 적은 데다 보험약가 적용이 안돼 가격이 비쌌던 탓이다. 허가조건이었던 시판 후 조사건수를 채우지 못해 지난해 말 과징금을 내는 등 허가 취소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간경변증 줄기세포 치료제인 셀그램-리버는 상황이 다르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질환 가운데 9.8% 밖에 되지 않지만 간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암 가운데 하나이고 간경변증이 오래될수록 간암으로 발전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간은 손생되면 재생이 불가능해 ‘간이식’을 빼고는 마땅한 치료법도 없는데 미국에서 간 이식 수술비용은 74만 달러나 된다.
김 대표는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극단적 상태에 이르기 전의 환자들이 셀그램-리버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도 “셀그램-리버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간경변 치료에 획기적 제품”이라며 “조만간 판매 개시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하티셀그램 역시 사정이 차츰 나아지고 있다. 생산 첫해인 2011년에는 85건이 출하되는데 그쳤지만 2016년 210건, 지난해 250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350건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불안정한 줄기세포사업을 뒷받침 하기 위해 2012년부터 원료의약품과 전자재료를 생산하는 바이오케미컬사업도 하고 있다. 연구로 바쁜 와중에도 매출에 신경을 쓴 것은 직원 월급은 밀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 바이오케미컬사업부가 매출비중 86.13%를 차지하며 회사를 떠받치고 있지만 김 대표가 미래 비전으로 중점을 두는 것은 물론 줄기세포사업부다.
파미셀에서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로 직접 환자를 치료해 효과를 알리기 위해 2016년 '김현수 줄기세포클리닉'을 개인병원으로 열기도 했다.
“의사로 있을 땐 내 기술로 수십명을 치료했겠지만 기업인으로는 수백명, 수천명을 치료할 수 있다." 김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국내에서 매년 7천 명, 미국은 4만 명이 간경변으로 사망한다. 셀그램-리버가 이 숫자를 줄일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