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2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회사들이 3~4월 안에 후판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며 “조선3사가 올해 상반기에 2016년 수주절벽에 따른 매출 감소,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을 안게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하는데 선박 제조원가에서 후판 비중이 10~20%를 차지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조선사와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회사들은 2017년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끝난 직후부터 2018년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정해지는 후판 가격은 올해 1월 공급된 후판제품부터 소급해 적용된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철광석과 연료탄 가격이 오른 만큼 후판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며 “철강회사들이 조선사에게 후판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황 연구원은 후판 가격이 10% 정도 오르면 조선3사가 1천억 원 안팎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후판 가격은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올랐는데 여기에서 10% 정도 더 오르면 현대중공업은 1412억 원, 대우조선해양은 1482억 원, 삼성중공업은 936억 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146억 원, 삼성중공업은 영업손실 524억 원을 냈고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이익 1조 원 정도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후판 가격 인상부담은 조선3사에게 무거운 짐일 수 있다.
조선3사는 올해 상반기에 2016년 수주절벽에 따른 직격탄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연구원은 “조선사가 올해도 매출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감가상각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더욱 크게 느낄 것”이라며 “선가가 최저 수준이었던 2016~2017년에 수주한 일감이 올해부터 매출에 반영되면서 단기적으로 영업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3사는 지난해 4분기에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 때문에 적자를 봤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조선3사가 후판 가격 상승과 매출감소에 따른 타격을 줄이려면 신조선가가 올라야 하지만 신조선가를 놓고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황 연구원은 “신조선가가 올해 오르면서 조선3사의 실적 부진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신조선가는 134P일 것으로 추산됐는데 2017년 신조선가보다 9P 더 오르는 것이다.
반면 안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LNG운반선의 신조선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며 “국내 조선사의 수주잔고가 중국, 일본 조선사보다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의 가격 협상력은 아직 약한 수준”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