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그룹에서 서열2위의 위상이 공고한가?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에서 제외된 데다가 하나금융지주를 둘러싼 잠재적 악재들이 터진다면 많은 책임이 그에게 쏠릴 것으로 보여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든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오른쪽)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2015년 9월1일 KEB하나은행 출범기념 및 은행장 취임식에서 행기를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행장은 2019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데 임기를 1년 앞두고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에서 빠지게 됐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23일 정기주주총회서 두 번째 연임을 확정한다면 김 회장은 2021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 가게 된다.
함 행장이
김정태 회장 뒤를 본다면 2019년 3월 KEB하나은행장 임기가 끝난 뒤 거취가 더욱 중요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 회장이 함 행장을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에서 제외하게 된 배경에 금융권의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야 김 회장과 갈등을 빚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사람으로 꼽히는 만큼 언젠가는 권력 구도에서 내려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함 행장이 함께 이사회 멤버에서 제외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사내이사는 이사회에서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지니고 중요한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함 행장과 김 부회장을 함께 사내이사에서 제외한 것은 이런 권력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김 회장이 후임자를 놓고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하나금융지주의 과거를 살펴보면 사내이사는 곧 후계자 후보로 해석하는 데 무리가 가지 않는다.
김 회장이 ‘1인 사내이사 체제’를 선언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4년 3월 하나금융지주를 ‘4인 사내이사 체제’에서 김 회장의 ‘1인 사내이사 체제’로 바꾸었을 때도 통합은행 출범을 앞두고 은행장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내이사 자리를 비운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
또 2015년 7월 옛 외환은행 새 사내이사에 김 회장과 김 부회장, 함 행장 등이 올랐을 때에도 그들을 모두 유력한 통합은행장 후보로 바라보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2015년 9월 함 행장이 KEB하나은행장으로 선임된 뒤 201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바로 함 행장과 김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등기했을 때에는 함 행장과 김 부회장 둘의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 경쟁구도가 형성됐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함 행장은 김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으로 김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그 스스로 입지를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는 시선도 있다.
함 행장은 KEB하나은행장으로 뽑혔을 당시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와 함께 조직 내 기반이 약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을 둘러싸고 악재가 많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함 행장이 이를 잘 헤쳐나가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KEB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의혹과 랑시그룹 특혜투자 의혹, 코픽스 오류 등과 관련해 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함 행장 개인적으로도 상황은 어렵다.
우선 노동조합과 인사통합제도를 협의하는 데 도무지 진척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함 행장이 이상화 전 본부장의 특혜승진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며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시 함 행장은 최순실씨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 전 본부장의 특혜승진을 김 회장으로부터 지시받은 적이 없고 자신이 결정한 것이라 대답했다.
김 회장은 최순실씨 재판에서 이 전 본부장을 승진시키라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를 두 차례 거절했지만 조직개편을 원래 검토하고 있었던 만큼 "여건을 만들어봐야 했다"고 증언했다.
함 행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