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남다른 애착을 보이던 가전제품 계열사 동부대우전자를 손 쓸 도리 없이 넘겨줬다.
동부대우전자가 헐값에 매각된 데다 DB그룹 계열사들이 투자한 금액도 회수하기 어려워져 김 전 회장이 꿈꾸던 DB그룹 제조업 부활은 완전한 실패로 마감하게 됐다.
김 전 회장은 DB그룹이 2013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할 때 약 3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했고 2016년 동부대우전자 유상증자에도 사재 60억 원을 들이는 등 사업 확대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동부대우전자가 실적 반등에 고전해 순자산가치가 떨어지자 재무적투자자(FI)들이 계약조건에 따라서 동부대우전자를 대유그룹에 매각했다.
동부대우전자는 김 전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 약 10%가 모두 매각됐다고 6일 밝혔다. DB와 DB하이텍, DB라이텍과 동부철구 등 그룹 계열사의 지분 약 31%도 모두 매각됐다.
하지만 DB그룹 계열사들과 김 전 회장에 실제 동부대우전자 지분매각 대금은 한 푼도 돌아가지 않는다. 동부대우전자 재무적투자자(FI)들이 우선적으로 회수하기 때문이다.
재무적투자자들은 계약조건에 따라 DB그룹 계열사와 김 전 회장 지분을 모두 팔아넘길 수 있는 권리를 행사했다.
매각대금이 1200억 원 안팎으로 DB그룹의 인수 당시 금액인 약 2750억 원에서 반토막나며 재무적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DB그룹과 김 전 회장 측은 처음 인수에 투자했던 1400억 원 가까운 돈을 모두 날리게 됐다.
김 전 회장은 제조업을 향한 열정으로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고 투자했으나 결국 큰 돈을 날리고 DB그룹 계열사들에도 금전적 손해를 보도록 한 데 따른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DB그룹이 과거 동부제철 등 주력 제조계열사를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하게 되며 DB그룹 제조업 재건의 꿈은 김 전 회장의 숙원사업이자 '컴플렉스'로 남았다.
김 전 회장은 대표적 자수성가 경영인으로 꼽히는데 제조업을 기반으로 DB그룹 성장기를 이끌어온 만큼 제조업에서 다시 도약을 노려야 한다는 목표가 강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전 회장은 마지막까지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우호적 투자자를 찾는 등 다양한 시도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든 일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논란이 커지자 불미스럽게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점도 김 전 회장이 동부대우전자를 지키려는 노력에 더 힘을 싣기 어렵게 된 이유다.
DB그룹은 금융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들이고 회사이름을 바꾸는 등 대대적 쇄신을 추진하며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