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0월31일 국정감사에서 일반증인으로 참석한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 인상과 과징금 회피, 갑횡포 등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악재 탓에 궁지에 몰리고 있다.
유한킴벌리가 공들여 쌓아온 ‘착한기업’ 이미지에 금이 가고 있는 셈이다.
모두 최규복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를 맡은 뒤 벌어진 일인데 최 대표의 책임도 적지 않아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킴벌리가 입찰담합 과징금을 자진신고로 피해가면서 ‘대리점에 덤터기를 씌웠다’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과징금을 피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위법성을 인식하자마자 즉시 자진 신고한 것”이라며 “대리점별로 구체적 과징금 규모를 확인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대납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늦은 대처라는 눈총은 여전하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갑이 을을 담합에 끌어들이면서 스스로는 처벌에서 빠져나갔다”며 “본사가 과징금을 떠넘긴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한킴벌리는 10여 년 동안 공공기관이 발주한 구매입찰에서 대리점 23곳과 담합을 하고는 2014년 이 사실을 자진신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을 스스로 신고하면 과태료를 감면해주고 있기 때문에 유한킴벌리는 2억여 원의 과태료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대리점들은 각각 수천만 원의 과태료를 고스란히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구매입찰 등과 관련해 본사의 지시를 거절하기 어려운 데다 본사가 신고사실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한킴벌리에 붙은 '착한 기업'이라는 수식어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는 독립운동가이자 정직한 경영과 사회헌신에 힘을 쏟아 존경을 받았다.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이 미국 킴벌리클라크와 손잡고 만든 기업인데 유일한 박사의 기업철학을 이어받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브랜드 가치를 키웠다.
그러나 2010년 최규복 대표의 취임 뒤로는 유일한 박사의 기업이념과 동떨어진 행보를 걷는다는 말을 듣는다.
지난해 12월 유한킴벌리는 본사 직영 온라인몰인 ‘맘큐’에서 대리점 공급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기저귀를 팔아 갑횡포라는 파문을 낳았다. 같은 달에 사상 처음으로 생리대 가격을 인하하면서도 ‘보여주기식’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황급히 가격을 내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작 많이 팔리는 제품들은 가격 인하 품목에서 빠져 꼼수라는 비판도 일었다.
유한킴벌리는 생리대시장을 53%의 점유율로 사실상 장악하면서 가격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생리대 가격은 7년 동안 2배 올랐는데 유한킴벌리는 2010년, 2013년, 2016년 등 3년을 주기로 3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대해 최규복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 생리대의 전체적 평균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제품군이 다양해 소비자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우리강산 푸르게' 캠페인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녹색 기업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기업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기저귀와 생리대, 휴지 등 주력사업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유한킴벌리 제품 구매는 착한 소비'라는 소비자 인식의 덕을 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최 대표의 재임 기간 유한킴벌리는 매출이 늘면서도 사회공헌 비중은 줄었다. 연매출 대비 0.2~0.3%대였던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최 대표가 취임하면서 평균 0.1%대로 떨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인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소비재 기업은 이미지가 매출과 직결된다”며 “최 대표가 소탐대실하지 않으려면 멀리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