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기자 sjpark@businesspost.co.kr2018-02-17 06: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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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성범죄 피해 고발운동인 미투운동이 퍼지면서 남성들도 이에 동참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방식은 미투운동에 힘을 실어주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문유석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17일 정계와 법조계에서는 “성폭력을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미퍼스트(Me First)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미퍼스트 운동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문유석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였다.
문 판사는 1월30일 페이스북에 미퍼스트 해시태그와 함께 “미투운동에 지지를 보내는 한 방법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미퍼스트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가혹하게, 선동적으로 가해자들을 제지하고 비난하고 왕따시키겠다”는 글을 올렸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성폭행과 성추행, 성희롱의 상당수가 회식 술자리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겠지만 나부터 회식을 주관하지 않고 술자리를 거절하고 성희롱, 성적농담, 성추행을 제지하겠다”고 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표 의원은 미퍼스트 해시태그로 글을 마무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6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미퍼스트 운동을 확산하는 데 앞장서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남성들의 미퍼스트 운동은 자기반성을 담지 못한 불명확하고 소극적 참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목격자가 되었을 때 침묵하지 않겠다는 미퍼스트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일생을 통해 누적된 가해를 되돌아보고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셜네트워크에서도 미퍼스트 선언으로 과거를 묻어버리려 하지 말고 무엇을 방관했으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트위터 이용자는 “최근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현직 판사는 겨우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고 감봉조치로 끝났다”며 “당장 눈 앞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함에도 맞서지 못하면서 미퍼스트를 외치는 일은 말도 안 되는 오만”이라고 꼬집었다.
미퍼스트 운동으로 그치지 않고 성폭력을 근절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권리 구제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며 “당장 발생한 크고 작은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조사와 상담, 징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젠더와 인권교육을 토대로 감수성을 키우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권력 갑질을 비판하는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