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과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 관련 기술의 협력을 확대하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의 재판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퀄컴은 1일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전자와 통신기술특허 공유계약 범위를 이전보다 더 확대한다고 밝혔다.
▲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왼쪽)와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
삼성전자는 계약조건의 일부로 공정위와 퀄컴의 재판 과정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이 통신반도체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업체와 불공정한 특허사용료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약 1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과징금과 시정명령 취소신청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9월 퀄컴의 시정명령 효력정지 신청을 기각했고 과징금 취소소송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판 과정에서 소송 보조참가를 신청하고 변호인단을 선임한 뒤 공정위 편을 들어 퀄컴의 상대 진영으로 맞붙어왔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는 “퀄컴은 삼성전자와 오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등의 기술협력 범위를 더욱 넓힐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퀄컴은 공정위의 제재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굳건한 협력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두 회사가 힘을 합쳐 글로벌시장에서 지속성장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주력사업인 통신반도체분야에서 최근 기술력을 빠르게 높이며 주요 경쟁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퀄컴 제품 대신 자체개발한 통신반도체를 탑재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한편 향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5G 통신칩분야에서도 삼성전자가 퀄컴을 따라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5G 통신장비 공급도 글로벌 이통사의 수요에 맞춰 적극 확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삼성전자는 그동안 퀄컴의 견제 때문에 사업 확대가 어려웠던 통신반도체와 통신장비분야에서 기술 개발과 외부 고객사 확보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퀄컴에 지불하는 통신반도체 기술사용료도 낮추는 쪽으로 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퀄컴도 스마트폰용 통신반도체 주요고객사인 삼성전자와 협력을 계속 유지하게 돼 긍정적이다.
퀄컴은 통신반도체 최대 고객사였던 애플이 지난해부터 통신비 특허료 지불을 거부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이어가고 있어 실적에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스마트폰업체인 삼성전자마저 협력을 거부하고 등을 돌린다면 퀄컴은 더욱 궁지에 몰릴 것으로 예상돼 왔다.
시장조사기관 무어인사이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를 통해 “삼성전자와 퀄컴의 협력 강화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놀라운 일”이라며 “퀄컴의 사업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