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인텔을 뛰어넘고 글로벌 반도체매출 1위 기업에 오른 것으로 추정됐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가 올해도 선두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텔의 CPU 보안결함 논란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5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홈페이지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 612억 달러(약 65조 원)를 달성해 전 세계 1위에 오른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이 2016년보다 52.6%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켜오던 인텔을 꺾었다.
인텔은 577억 달러의 매출을 내 2위에 올랐다. 연간 매출 성장률은 6.7%에 그쳤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매출 263억 달러로 3위, 미국 마이크론이 231억 달러로 4위에 올랐다. 2016년과 비교해 매출이 각각 79%, 78.1% 급증했다.
지난해 연초부터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며 메모리 전문기업들에 수혜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8위 도시바 매출은 연간 29%, 9위 웨스턴디지털 매출은 120%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였다. 도시바는 지난해 반도체사업 매각을 추진하며 사업 운영에 다소 차질을 겪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불안해 올해도 삼성전자 등 메모리 전문기업들의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가트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 선두에 오른 것은 모래 위에 서있는 것과 같다”며 “올해부터 낸드플래시와 D램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도 홈페이지에 분석자료를 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도시바 등 주요 반도체기업의 공격적 증설이 올해부터 업황 악화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인텔 CPU에서 심각한 수준의 설계상 보안결함이 발견되며 새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제조사와 소비자들이 이번 결함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CPU 구매를 미룰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IT업체들이 인텔 CPU 보안결함과 성능 저하 가능성에 대비해 D램 탑재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D램 비중이 높은 반도체기업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반도체 영업이익의 약 62%를 D램에서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가트너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의 영향을 일부 만회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