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 광동제약 사장은 광동제약을 음료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최수부의 우황청심환 40년 고집’으로 유명한 제약회사. 그러나 이제는 제약 매출보다 음료 매출이 더욱 많아졌다. 유연한 사업 변경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아버지의 고집을 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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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 |
6일 광동제약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지난 1일자로 영업본부 김현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김 사장은 입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광동제약의 영업을 담당해온 ‘영업맨’으로 ‘비타500’과 ‘광동 옥수수수염차’ 등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음료와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 식품개발부 주요 임원들이 줄줄이 승진 명단에 올랐다. 모두 4명의 임원 승진자 가운데 3명이 음료와 관련된 부서 출신으로 채워졌다.
광동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4683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0.8%나 증가했다. 전체 제약사 중 7위를 기록하며 창업 50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매출 증가의 일등공신은 ‘삼다수’였다. 최성원 사장은 2012년 12월 삼다수의 유통권을 확보했고 광동제약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삼다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다수 매출액은 1290억 원으로 전체의 27%의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다 전통적 효자품목인 ‘비타500’과 ‘광동옥수수수염차’ 등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 중 음료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60%를 넘어갔다. 반면 제약부문의 비중은 27%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제약회사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다.
최성원 사장은 2005년 3월부터 광동제약 사장을 맡고 있다. 최 사장은 회사의 대표 상품인 비타500의 출시부터 마케팅, 홍보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며 음료시장 개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최 사장은 아버지 최수부 회장이 지난해 7월 세상을 뜬 뒤 제약시장보다 음료시장을 더 강력하게 공략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제약회사 이름을 달기에는 매출 대비 제약 R&D 비율이 초라한 수준이다. 광동제약의 전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3분기까지 2% 미만이고 2011~2012년 각각 1.6% 수준이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한미약품이 매출액 대비 14.9%, 대웅제약과 종근당이 각 11.7%, 10.2%를 투자한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50개 상장사 가운데 광동제약보다 비율이 낮은 곳은 겨우 4개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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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삼다수'의 2013년 8월 매출이 184억 원을 넘어서면서 1998년 제주삼다수를 출시한 이래 사상 최고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
최 사장의 음료시장 공략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충북 음성군에서 공장 신축을 위한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했다. 이 자리에는 최첨단 설비를 갖춘 음료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2012년 말 산업단지 부지를 25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13년 9월 음료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최수부 회장은 ‘최씨 고집’으로 유명하다. 직접 한약재를 고르고 꼼꼼하게 확인하는 모습이 광고를 통해 소개되면서 광동제약의 신뢰도를 쌓았다. 품질에 대한 고집을 바탕으로 ‘쌍화탕’, ‘우황청심환’ 등을 성공시켰다.
최 회장은 생전에 자서전에서 "한방과 제약만을 생각하며 정말 고집스럽게 살아온 인생이었다. 우리의 한방을 위해, 우리의 광동제약을 위해 나는 고집스럽게 살아왔다. 그 결과가 그리 허망하지 않으니, 나는 내 고집이 좋다. 40년 최씨 고집이 좋다"라고 밝힌 적도 있다.
최 사장이 40년 최씨 고집을 버리고 광동제약을 탈바꿈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광동의 뿌리는 제약"이라고 강조해 온 만큼 광동제약의 변화는 창업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제약회사들도 광동제약을 "제약회사라기보다는 음료회사", "물장사"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광동제약이 올해 처음으로 10대 제약회사에 진입했으나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포화가 된 제약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긍정적 주장도 있다. 국내 의약시장은 경기침체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경쟁 심화 등으로 수년째 한자리수 성장률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 사업다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물론 최 사장은 "광동제약은 음료업체"라는 말을 아직은 거부하고 있다. 광동제약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한방 과학화에 더욱 집중해 개발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특히 우황청심원, 경옥고의 효능 규명을 위한 산학공동연구 등 한방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