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표제는 회사 경영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전문성을 살릴 수 있지만 의사결정의 혼란도 낳을 수 있다.
한미약품이 신약 기술이전 해지와 이에 따른 실적악화로 홍역을 치른 뒤 우종수 권세창 공동대표체제로 바꾸고 성과를 내고 있다. 경영관리와 신약개발을 책임지면서 시너지효과도 거두고 있다.
임성기 회장이 오너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한미약품은 올해 내놓은 자체개발 신제품들의 판매실적이 좋아 당분간 수익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78억 원을 거둬 지난해 3분기보다 102.2% 급증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수익 개선은 자체개발한 주력품목 판매가 성장했고 경쟁력있는 신제품 출시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천식치료제 몬테리진, 골다공증치료제 라본디, 요실금치료제 베시금 등 자체개발한 신제품을 내놨다. 신제품들은 기존 치료제가 안고 있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섞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미약품이 올해 공동대표제로 경영체제를 바꾼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성기 회장은 2월 우종수 부사장과 권세창 부사장을 공동대표이사 사장으로 세우면서 경영관리와 신약개발부문을 나눠 책임지도록 했다.
우 대표는 일반신약보다 개발이 빠른 계량신약으로 판매처를 확보해 실적을 개선하고 권 공동대표는 신약개발에 집중하도록 했다.
지난해 기술이전계약 해지사태와 실적악화로 한미약품을 향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경영체제 개편으로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808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0% 늘어났다.
물론 신약개발에서 성과를 내는 일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임 회장은 올해 초 임원회의에서 “국민과 주주들의 신뢰를 되찾는 일에 핵심은 결국 신약 개발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을 향한 임 회장의 열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체매출의 17.4%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투자액도 794억 원으로 국내 제약사 가운데 1위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 회장은 ‘여력이 있으면 기술개발에 투자하자’는 신조로 늘 연구개발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한미약품은 현재 30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특히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플랫폼과 이중항체기술로 향상된 항암제 개발을 돕는 ‘펜탐바디’ 플랫폼을 적용한 신약들이 기대를 받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공동대표체제의 시너지로 수익을 높이고 그 여력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