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에 130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에 삼성물산의 4개 사업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적자를 내며 체면을 구겼는데 3분기에도 역시 나홀로 영업적자를 봤다.
성물산에서 패션부문과 규모가 비슷한 리조트부문도 3분기에 매출 6700억 원, 영업이익 730억 원 낸 점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뒤 4개 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연간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3분기에 다시 적자를 내며 올해 흑자전환 가능성도 낮아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였던 만큼 4분기에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겨울은 연중 최대 패션 성수기로 꼽힌다. 겨울철 의류가 보통 단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겨울이 크리스마스나 연말 등으로 선물수요가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공식도 깨지고 있다. 패션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데다 날씨 등 외부변수도 패션기업의 매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국내 패션기업들은 재고 처리에도 애를 먹었다.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2015년 전년보다 1%대 성장한 데 이어 2016년에도 2.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38조8491억 원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도 40조 원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시장침체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매출이 1조7천억~1조8천억 원대에 머물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1년 723억 원을 찍었지만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브랜드를 철수하고 상품군별로 세분화됐던 브랜드를 통합하는 등 브랜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와 동시에 해외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남성복 브랜드 준지와 여성복 브랜드 구호로 각각 파리와 뉴욕에 진출했다. 일부 백화점과 온라인 편집숍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으나 아직 단독매장을 열지는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이른바 선진시장에서 국내 디자이너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에서 비교적 빨리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받았으나 예상치 못했던 사드보복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에 1호점을 낸 에잇세컨즈는 상반기에 순손실 43억 원을 봤다. 에잇세컨즈는 기획 단계부터 중국시장을 겨냥했던 브랜드다. 초반에 지드래곤 등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제대로 사업을 펼쳐보기도 전에 사드보복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에잇세컨즈의 중국 추가출점 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LF 등 국내 패션기업들이 외식과 화장품 등 다양한 부문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패션시장에 의존해서는 성장이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라며 “삼성물산은 이서현 사장이 패션 전문가라는 인식이 워낙 강한 데다 삼성물산이 지금도 큰 관련이 없는 4개 사업부문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