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삼성DNA’를 앞세워 글로벌 바이오제약시장에서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을 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했던 속도경영을 빼박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영업이익에서 흑자로 전환하고 내년 제 3공장을 완공해 2019년이면 매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특허만료와 바이오의약품 수요증가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사업(CMO)에서만 2019년 매출 1조 원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반도체와 휴대폰시장에 뛰어들 때부터 속도를 강조했는데 김태한 사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 흡사하다.
김 사장이 2015년 “삼성의 바이오사업은 삼성그룹의 제2의 반도체신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반도체의 성공전략을 따르고 있다.
이 회장은 1983년 삼성그룹 최초로 반도체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그해 기흥복합화단지를 설립해 6개월 만에 64K D램을 개발했는데 당시 시장을 선도하던 일본기업들이 6년 걸렸던 데 비해 획기적으로 시간을 줄였다.
김 사장도 빠른 시간 안에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11년 바이오제약에 진출한 뒤 2012년 인천 송도에 제1공장을 완공하고 2013년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바이오제약회사들이 보통 4~5년 걸리던 것을 크게 앞당긴 것이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 진출 당시 “반도체시장은 투자시기가 6개월만 늦어도 수천억 원의 이익이 날아간다”며 “선두기업만이 이득을 챙기는 업종 특성상 2등은 의미 없다”고 말했다. 빠른 기간 안에 경쟁업체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시장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만료가 잇따르면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세계 판매 1위인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가 내년 10월 유럽에서 특허기간이 끝난다. 유럽은 특허기간이 끝나도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편이라 바이오시밀러의 가격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미라의 2016년 글로벌 매출액은 165억 달러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구개발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8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의 유럽판매를 승인받았다. 특허기간이 끝나면 곧 판매에 들어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휴미라 외에도 세계 5대 바이오의의품인 엔브렐, 레미케이드, 허셉틴, 란투스 등의 바이오시밀러 유럽 판매허가권도 보유하고 있다. 이 의약품들은 특허기간이 최근 끝났거나 곧 끝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제2공장 제조승인을 빠르게 받아내 대량생산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의 경우는 개발이 끝나도 제조승인을 받지 못해 생산시기가 늦춰질 수 있어 제조승인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바이오시밀러의 본격적 생산과 더불어 신약개발까지 사업을 확장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바이오제약시장 1위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는 올해 6월 ‘2017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에서 “2030년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헬스케어산업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