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단기간에 실적반등의 기회를 잡기 어려운 경쟁환경을 맞고 있다. 당분간 큰폭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을 사물인터넷 플랫폼 등 신사업의 중심으로 키워내 시너지를 도모하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둔 만큼 전문가들은 향후 잠재력에 대해 긍정적 평가도 내놓고 있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하반기 스마트폰사업 실적전망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3분기 영업손실은 약 2천억 원 수준으로 예상보다 클 것”이라며 “4분기 실적전망도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LG전자는 신제품 ‘V30’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스마트폰사업에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은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당면과제로 꼽히는 만큼 마케팅을 강화하고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힘을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의 여러 증권사들은 LG전자가 적자가 계속되는 스마트폰사업의 중단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성진 부회장 등 LG전자 경영진이 스마트폰사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다 LG전자의 전체실적에서 스마트폰사업이 주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스마트폰의 적자 때문에 계속 우려가 나오지만 가전제품과 TV의 성장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구조조정으로 MC사업본부의 비용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파악했다.
LG전자는 전성기인 2009년에 휴대폰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책임질 정도로 모바일사업에 대한 의존이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프리미엄 가전과 TV의 꾸준한 흥행, 신사업인 자동차 전장부품의 강력한 성장잠재력이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빠른 시장대응이 경쟁력인 스마트폰과 달리 효율성과 견고함이 중요한 가전과 전장부품사업을 중심으로 한 전략변화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꾸준히 키우는 목표도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 등 선발 경쟁업체와 직접적으로 점유율 싸움을 벌이기보다 다른 사업에 시너지를 내 성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이 본연의 역할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 로봇이나 스마트홈, 자동차와 같은 플랫폼에 연결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사물인터넷 가전 출시를 늘리는 동시에 올해 최초로 가정용과 상업용 로봇을 상용화하고 자동차 전장부품에도 진출을 확대하는 등 신사업에서 적극적으로 성장기회를 찾고 있다.
▲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LG전자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안내.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은 지난 9월 초 독일 가전전시회에서 ”모든 제품개발에 연결성을 중심으로 놓고 개발을 진행하며 투자와 연구를 모두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제품은 사용자들이 원격으로 동작해야 하는 기능이 많아 스마트폰과 연동이 필수적이다. LG전자가 자체 스마트폰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이런 신사업의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사업은 LG전자뿐 아니라 LG그룹 차원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사업”이라며 “다양한 신사업 플랫폼에서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사인 구글과 협력관계를 지속하는 매개체로도 중요하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과 사물인터넷, 전장부품 등 사업분야에서 LG전자와 협력할 가능성을 꾸준히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여러 하드웨어에서 강력한 사업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구글과 LG전자의 협력분야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