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사업에서 일보후퇴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신 회장에게 중국사업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그가 주도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공하고 싶은 사업이지만 동시에 그의 입지를 좁게 만들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중국사업에서 일보후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중국에서 대형마트 축소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중국에서 철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롯데마트 구조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사드 추가배치로 현지 영업상황에 큰 타격이 불가피한 일부 사업군의 경우 사업을 축소해 더 큰 손해를 막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중국사업에 애착이 커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올해도 두 차례에 걸쳐 7천억 원에 이르는 돈을 쏟아부었다.
중국은 매우 중요한 유통시장이지만 신 회장이 중국사업에 더욱 매달리는 이유는 그룹에서 처음으로 기획부터 진행까지 총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1996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산하 국제부 설치를 주도했고 1997년 그룹 부회장에 오른 뒤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가장 주목했다. 진출 초기인 2002년 일본 노무라리서치에 중국진출과 관련해 컨설팅을 의뢰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1994년 중국에 첫 발을 내딛은 이래 꾸준히 계열사들의 추가적 진출을 추진했고 2015년 중국매출은 3조2천억 원까지 성장했다. 현재 22개의 롯데그룹 계열사가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신 회장은 3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포기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시장이다.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우리(롯데)는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사업은 신 회장을 겨누는 화살이 되고 있다. 중국사업은 2010년을 전후로 적자가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현지화 실패가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사업 부진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 회장을 공격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롯데그룹이 지난 4년 동안 중국사업에서 1조 원의 적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의 경영능력을 문제삼은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6년 사드보복에 중국사업이 정면으로 타격을 입었다. 정부에 사드부지를 내준 것이 바로 롯데그룹이기 때문이다. 사드 추가배치 결정에 따라 올해 하반기로 기대됐던 한중관계 개선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롯데그룹은 올해 말까지 영업정지 등의 피해가 지속될 경우 사드보복에 따른 피해액만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