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이 후분양제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동향과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의 특성 등을 감안했을 때 후분양제를 통해 얻는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 임병용 GS건설 사장(왼쪽),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이사. |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강남에서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후분양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GS건설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장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후분양제 도입을 원할 경우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대우건설은 9일 진행된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양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골든타임’ 후분양제를 공약으로 걸어 롯데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대형건설사들이 속속 후분양제 도입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주택을 일정수준 이상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로 주택을 짓기 전에 분양이 이뤄지는 현 선분양제와 반대되는 제도다.
구매할 주택의 건설상황을 직접 확인한 뒤 집을 분양받을 수 있고 계약한 뒤 빠른 시일에 입주할 수 있어 수요자들에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주택건설을 80%가량 진행할 때까지 거의 모든 사업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해 자금조달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대형건설사들은 그동안 공사비 부담을 이유로 들어 후분양제 도입을 극도로 꺼렸다. 하지만 최근 강남권 재건축사업에는 오히려 먼저 나서 후분양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사업전략을 바꾸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계속 조이면서 선분양제로 사업을 추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자 후분양제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 현재 부동산시장의 흐름과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후분양제 도입은 대형건설사와 재건축조합 모두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이 있다. <뉴시스> |
정부는 최근 8·2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분양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지정요건을 완화해 제도부활을 기정사실화했다. 서울시 대부분 지역과 세종시가 분양가상한제 대상지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GS건설과 삼성물산은 분양가상한제 도입가능성이 높아지자 조합과 상의해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신반포센트럴자이’와 ‘래미안강남포레스트’의 분양가를 시장 예상보다 평당 각각 300만 원가량 낮췄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막 재건축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조합 입장에서는 선분양제를 시행했을 때 얻게 되는 조합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을 고려해 후분양제를 시행하겠다는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심리가 다소 둔화되긴 했으나 앞으로 2~3년만 지나면 부동산경기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후분양제 도입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건설사들도 후분양제 도입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입장을 보인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은 기본수요가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언제 분양해도 완판이 가능한데 무리해서 조합이 꺼리는 선분양제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