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의 짐이 무겁다. LG전자가 위기 탈출을 하기 위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해 스마트폰에서 글로벌 3위로 오르고 TV에서 중국업체의 추격을 물리치겠다고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질의 LG’을 받쳐줄 LG디스플레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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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뉴시스> |
신한금융투자는 27일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하반기부터 애플 관련한 매출 증가와 초고화질(UHD) TV 대중화로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1분기에는 TV와 아이폰 및 아이패드의 비수기와 TV 연구개발 비용의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하겠지만, 2분기 이후에는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 출시와 UHD TV 대중화 효과를 톡톡히 봐 영업이익이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은 27조330억 원, 영업이익 1조1633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2년 29조4297억 원보다 8.14% 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년 만에 1조 클럽에 다시 진입했다. 지난해 LG전자가 실적 부진으로 LG전자의 덕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이룬 실적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한상범 사장은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술가격 차별화를 통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 사장이 2012년 LG디스플레이 부사장으로 CEO에 오를 당시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2011년 LG디스플레이는 매출액 24조2912억 원에 영업적자가 1조 원 가까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적자로 전환한 해였다.
그러나 2012년 매출이 28조6723억 원으로 증가하고 영업적자는 6264억 원으로 줄어드는 등 전기를 마련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한 사장은 2013년 초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마침내 회사를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다시 진입시켰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인 한 사장은 흔히 '현장형 최고경영자'로 불린다. 일주일에 사나흘은 경북 구미와 경기도 파주 공장 등 생산 현장을 찾는다. 그만큼 부지런하고 꼼꼼하다.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 때 5건의 상정안건 모두 반대표를 던진 주주를 주차장까지 찾아가 “섭섭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는 일화는 이런 그의 경영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7월 임원들 대상으로 한 'LGD 리더십 특강'에서 한 사장은 "보스는 뒤에 앉아 명령하지만, 리더는 맨 앞에서 조직원을 이끌어간다"며 “도와줄 때는 따뜻한 마음으로, 지적할 때는 진실한 마음으로, 가르칠 때는 이해하는 마음으로 직원을 대할 때 리더는 비로소 진정한 충성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사장은 올해 초고화질 TV 시장을 확대하고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2014년에는 UHD와 OLED TV사업을 적극 전개하고 상업용 및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 신시장을 선점해 확실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TV 교체주기라고 보고 있다. 대형 TV의 가격이 크게 하락함에 따라 TV 교체가 예상되고 이 과정에서 초고화질 TV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큰 호재다. 스마트폰 화면이 갈수록 넓어지고 애플 등 LG디스플레이 고객사들이 올해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인 것도 긍정적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어 시장도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가 모바일 등과 결합하면서 디스플에이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15% 이상으로 상승하고 있다.
차세대 TV라 불리는 OLED TV 시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LG전자가 CES 2014에서 선보인 OLED 패널을 탑재한 가변형 디스플레이 TV는 삼성디스플레이보다 앞서 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이다. 한 사장은 앞으로 OLED 시장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한 사장은 지난 1월 올해 OLED 패널 양산체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울트라HD TV 시장 규모를 50만대로 보고 있다"며 "이 시장이 단번에 풀HD를 대체 하지는 않겠지만 생각보다는 빠르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2015년을 OLED TV의 본격 상용화 기점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앞서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은 ‘모바일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MWC 2014가 열리는 바르셀로나에서 스마트폰 글로벌 3위를 탈환하기 위해 하드웨어의 경쟁우위를 활용해 브랜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하드웨어 경쟁우위로 디스플레이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