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주사체제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이 늘어나면서 분할 뒤 재상장된 기업의 주가 흐름을 놓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통 인적분할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최근엔 분할 목적이나 분할 뒤의 성장성 등에 따라 주가가 어긋난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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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 주가는 10일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오리온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6.93% 오른 8만8천 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오리온홀딩스 주가는 7.29% 떨어진 3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의 시가총액 합계는 분할 뒤 재상장 첫날이었던 7일 3조9297억 원에서 10일 4조1057억 원으로 올랐으나 분할 전 시가총액 4조7947억 원에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인적분할 후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오리온 주가는 사드보복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상반기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 인적분할에 따른 호재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특히 인적분할과 동시에 액면분할도 진행되는 만큼 거래량 증가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앞으로 담철곤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오리온 주식을 오리온홀딩스에 내주고 오리온홀딩스 신주를 받아오는 현물출자로 지분율을 높일 것으로 전망돼 두 회사의 주가가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기업을 인적분할한 뒤 다시 상장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기업분할을 공시한 기업만 1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어났다.
인적분할과 지주사체제 전환은 보통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경영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대주주가 계열사의 지배력을 높이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문화된 사업영역으로 역량이 집중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최근 4개 회사로 분할한 뒤 재상장한 현대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분할 전 현대중공업 시가총액은 12조5400억 원이었는데 분할된 4개 회사 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의 시가총액 합계는 10일 종가 기준으로 17조773억 원이다.
5월10일 재상장한 지 두달 만에 시가총액이 36%나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BGF리테일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주가는 17% 이상 빠졌고 한달 만에 시가총액이 1조5천억 원 이상 증발했다.
BGF리테일 주가는 올해 들어 편의점사업의 높은 성장세와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독점 판매권에 대한 기대감에 꾸준히 올라 주가 상승폭이 70%를 넘었는데 상승세가 단번에 꺾였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유현금에 대한 배당, 신규 투자계획, 브랜드 로열티 등 지주회사 설립의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제시해야 주가상승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기업분할로 기업가치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닌 만큼 사업의 특성과 기업분할 목적이나 분할비율, 앞으로의 실적과 성장 가능성 등을 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앞으로 지주사체제 전환요건이 강화될 움직임 등과 맞물려 주요 기업들의 기업분할 및 재상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분할의 목적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인지, 업종을 전문화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