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이 올해 사업부문별 성장에 힘입어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개편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효성 사장이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계열분리할 가능성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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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 조현상 효성 사장. |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효성은 모든 사업부문이 성장단계로 접어들었다”며 “효성이 사업부문별 인적분할을 진행할 경우 올해와 내년에 증설효과 등을 보는 데 힘입어 기업가치가 크게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효성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프로판탈수소화(PDH)와 폴리프로필렌(PP), 반도체공정 등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NF3 등 화학부문의 생산능력을 크게 늘렸다.
또 올해와 내년에 각각 스판덱스와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의 생산능력도 크게 끌어올리면서 이 부문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확고하게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은 증설효과에 힘입어 올해 영업이익 1조128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11% 늘어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2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하는 셈이 된다.
효성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사업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가치도 재평가받으며 3세경영을 본격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효성이 현대중공업그룹처럼 사업부문별로 인적분할을 진행하며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경우 각 부문의 사업역량을 강화할 수 있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보게될 것”이라며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이 지주회사에 현물출자를 진행하면서 3세경영체제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4월 인적분할을 통해 4사체제로 쪼개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분할 이후 기업가치가 분할 전보다 약 30% 가까이 상승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은 현재 효성지분을 각각 14.2%, 12.2% 보유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지분까지 합하면 효성 오너가가 보유하고 있는 효성 지분은 36.5%에 이른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 조석래 명예회장이 지주회사에 현물출자를 하게 될 경우 포함한 지주회사가 보유한 사업자회사 지분은 자사주지분까지 포함해 40%를 넘기면서 효성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였는데 효성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3세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조세특례제한법 적용이 2018년 12월에 만료되는 점도 효성의 지주사 전환에 힘을 싣는다.
조세특례제한법은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주식의 현물출자 등을 진행할 경우 세금혜택을 주는 것을 뼈대로 한다. 지주사 전환 등에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했을 때 효성이 조세특례제한법 적용을 받기 위해 올해 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효성이 일단 순수지주회사로 전환되고 나면 곧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이 장기적으로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조현준 회장은 섬유부문과 정보통신부문을, 조현상 사장은 사업자재와 화학부문 경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조현준 회장은 현재 효성그룹 경영의 전반을 책임지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10년 정도 섬유PG장과 정보통신PG장을 지냈다. 조현상 사장은 2011년부터 산업자재PG장으로 활동하는 데 이어 현재 화학PG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고 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이 지금까지 사업영역을 놓고 서로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