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 이마트 대표가 이마트의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에 상생의 이미지를 심는 데 힘쓰고 있다.
이마트가 지역상권 침해 등의 논란으로 노브랜드 전문매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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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갑수 이마트 대표. |
29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손잡고 노브랜드의 상품을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지난해 60%에서 올해 7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노브랜드는 감자칩, 세제, 화장지 등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위주인 자체브랜드다.
이 대표는 노브랜드 상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수를 올해 123개에서 150개로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노브랜드를 통해 상품을 수출하는 규모도 100억 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는 “노브랜드는 우수한 중소기업을 찾아 키우는 플랫폼으로서 상생모델이 될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최적의 상품을 만들도록 이마트가 성공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노브랜드와 지역상권의 협업에도 신경쓰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기자간담회에서 “노브랜드는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중심이라 지역시장과 상생하는 모델로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당시 충청남도 당진시와 손잡고 당진어시장 2층에 ‘노브랜드 당진 상생스토어’를 열었다. 그 뒤 어시장을 찾는 고객이 하루 평균 40% 이상 증가했다. 상생스토어를 찾은 고객 가운데 25%가 어시장에도 들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에게 노브랜드는 의미가 깊다. 노브랜드는 그가 위원장을 맡았던 이마트 발명위원회의 아이디어로 2015년 8월에 시작돼 현재 전문매장 수가 28곳까지 늘어났다.
이 대표가 지난해 말 이마트 단독대표를 맡은 데 이어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사장으로 유일하게 승진한 데도 노브랜드의 성공을 이끈 성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노브랜드 전문매장을 2020년까지 100개로 늘려 대형마트 업황의 부진을 타개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려면 지역 상인과 중소기업인들의 반발을 해소하는 데 고심할 수밖에 없다.
이마트는 올해 광주 치평동과 인천 금곡동에 노브랜드 전문매장을 내려다 취소했는데 지역 상인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한 결과가 반영됐다. 사업조정은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기업의 사업변경이나 축소를 중소기업과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정부가 중재하는 제도를 뜻한다.
강갑봉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도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노브랜드가 파는 건전지, 감자칩, 물티슈 등은 동네 슈퍼마켓의 주력 품목”이라며 “노브랜드의 저렴한 가격에 밀리면 동네상권은 죽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노브랜드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중소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해 왔지만 상품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중소기업의 피해를 살펴보지 않는 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노브랜드와 같은 대기업 자체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중소기업의 독자적인 생존은 힘들어진다”며 “자체브랜드의 강점인 높은 마진율의 혜택도 대기업에 가장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만큼 관련된 문제가 언제든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