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이 코스피 상장에 흥행해 생명보험사 상장의 물꼬를 열까?
ING생명이 ‘알짜회사’로 평가되는 만큼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수단으로 상장이 진행되고 있어 상장뒤 성장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ING생명, 생명보험사 상장 물꼬 열까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ING생명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생명보험사의 상장은 2015년 상장한 미래에셋생명 이후 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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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국 ING생명 사장. |
생명보험사 25곳 가운데 상장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 4곳뿐이다.
생명보험사 상장이 저조한 것은 저금리 기조가 오래동안 유지되고 있는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는 등 생명보험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한 생명보험사의 주가도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공모가를 살펴보면 삼성생명 11만 원, 한화생명 8200원, 동양생명 1만7천 원, 미래에셋생명 7500 원이다. 19일 종가 기준으로 주가를 살펴보면 삼성생명 10만9천 원, 한화생명 6070원, 동양생명 1만100원, 미래에셋생명 5680원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상장을 쉽게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다.
ING생명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생명보험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생명보험사 가운데 앞으로 상장을 추진할 후보로 꼽히는 교보생명도 ING생명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 ING생명 상장, 흥행 성공할까
ING생명은 충분한 자본여력과 높은 배당성향 등을 앞세워 상장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정문국 ING생명 사장은 ING생명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기준에 맞춰 경영역량과 위험관리를 하고 주주가치 높이는 데 초점을 둬왔다”며 “이번 상장을 통해 ING생명의 강점이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ING생명은 6~8일 3일 동안 홍콩에서 열린 첫 해외 기업설명회(IR)에서 기관투자가 모집 물량인 1675만주, 6700억 원어치를 웃도는 청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이 기업공개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넷마블게임즈 상장일정에 맞춰 상장을 진행하면서 일종의 ‘낙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모주 청약 후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자금은 다른 공모에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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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ING생명은 넷마블게임즈의 공모주 청약(25일~26일)이 끝난 다음날인 27일부터 이틀 동안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다만 ING생명의 상장이 자체적 성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방안이라는 시각은 상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상장을 통해 얻은 자금이 ING생명의 추가 성장동력으로 활용되기 어렵다고 시장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ING생명은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소유한 지분 40.9%(3350만 주)를 매각하기로 했다. 신주 발행을 통해 추가로 자본확충을 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된다.
신주를 발행할 경우 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이 낮아져 상장 이후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잔여지분을 매각하려는 MBK파트너스의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ING생명의 공모가를 시장평가보다 높게 잡았다는 말도 나온다.
ING생명의 희망 공모가는 3만1500원~4만 원인데 업계 선두권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주가를 평가하는 지표다.
공모주 청약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ING생명은 업계 5위로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자산규모에서도 차이가 큰 데도 무리하게 공모가를 높여 잡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주가흐름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ING생명이 생명보험사 상장의 흥행 사례를 만들어내면 자본확충이 필요한 다른 생명보험사들의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지난해 두산밥캣의 경우처럼 공모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경우 오히려 반대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