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10-20 16: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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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위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첫 국감 데뷔전에서 명륜진사갈비 부당대출 의혹에 진땀을 흘렸다.
박 회장이 여당 의원의 질의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서 정무위원장까지 개입했고, 박 회장으로서는 머쓱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산업은행, IBK기업은행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국감 오전 질의에서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에 나간 산업은행의 대출을 문제 삼았다.
산업은행이 명륜당에 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 공적자금 1270억 원을 대출해줬는데 명륜당이 이 가운데 8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대부업에 빌려줬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송파구청이 미등록 대부업 등으로 2024년 7월 행정처분을 내렸는데 산업은행은 2025년 5월 이를 인지하고도 다음 달인 6월 명륜당에 240억 원을 추가 대출을 해줬다”며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종료해야 되는데 지금 종료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인과 유착관계에 따라 대출이 진행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금 대출 건을 보면 명륜당 본사와 관계가 없는 서울 노원지점에서만 대출이 이뤄졌고, 그 중에서도 1건 빼고는 다 팀장급 전결로 처리됐다”며 “특정인과 유착관계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 질의 과정에서 박 회장은 불분명한 대답으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25년 산업은행의 추가 대출과 관련해 “기한 연장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대답했는데 김 의원은 곧바로 “기한 연장이라니, 내용을 파악하지 않은 것 같다”며 “내용을 파악하라”고 몰아세웠다.
자금세탁 의심보고를 왜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을 미쳐 살펴보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김 의원은 이를 놓고도 “국채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에 와서 (명륜당 사건) 보고를 받고 참 곤혹스러운 케이스라고 생각했다”며 “가맹점들의 애로사항도 좀 있는데 현재 명륜당 대출과 관련해 감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산업은행은 의원실 질의에 처음에는 정상대출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꿔, 필요하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회장님 이야기와도 안 맞는다”며 “향후 내용을 정리해서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에는 윤한홍 정무위원장(국민의힘)이 박 회장의 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명륜진사갈비 내용은 지난 주 공정위 국감을 할 때 지적이 나왔고 언론 보도까지 됐는데 답변을 못하면 어떻게 하냐”며 “이 정도 사안이면 국감장에 파악을 하고 나와야지, 안 그러면 산업은행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의 답변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국정감사 하는 것을 전혀 안 보시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막상 자리에 서니까 당황해서 그렇다”며 “명륜진사갈비 사건은 대출 순서도 중요하지만 과연 명륜당이 대부업체를 만들고 그 과정을 통해서 얼마나 이익을 착취했을까, 하는 갑질 내지는 부당이득에 초점을 맞추어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진 회장은 산업은행 최초 내부 출신 회장으로 국감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학교 법대 동기로 지난 달 산업은행 회장에 깜짝 발탁 됐다. 1990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가량을 산업은행에서 일한 산업은행맨으로 그동안 산업은행 회장을 맡아온 정치인, 관료 등과 달리 국회가 익숙치 않은 만큼 처음 업무보고부터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박 회장은 업무현황 보고에서는 국민성장펀드 운영,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 지원, 지역경제 활력 제고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박 회장은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 추진 중인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올해 12월 출범 예정인 첨단전략산업기금을 마중물로 향후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