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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버블 폭발은 임박했나, 금값이 보내는 시장 신호

정의길 egil@hani.co.kr 2025-10-13 16: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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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버블 폭발은 임박했나, 금값이 보내는 시장 신호
▲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폭등하면서 투자자들이 금융시장의 거품 폭발을 대비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런던 해튼 가든에 전시돼 있는 영국 금괴.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금융시장이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른 것인가? 버블 폭발의 전야라는 말이 잦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최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금까지도 역사적 고점을 거듭 이어가고 있다. 최고의 안전 자산인 금 가격의 폭등은 투자자들이 화폐 가치 하락이나 버블 폭발 등을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10일 미국 등의 금융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4월 이후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추가 규제에 반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0% 추가 관세 부과 예고와 함께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만남 필요성에 회의감를 표시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3.56%, 에스앤피500 지수는 2.71% 급락했다. 

트럼프가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해방의 날'을 선포한 다음날인 지난 4월2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당시 미국 증시는 나흘간 12.1%가 폭락했다. 트럼프가 4월9일에 상호관세를 3달간 유예하자, 에스앤피500 지수는 9.52%나 급등했다.

그리고는 에스앤피500지수는 4월 저점에서 지금까지 40%나 폭등했다. 올해 들어서 상승폭은 15%이다. 그러다가 다시 트럼프의 대중국 추가 관세에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10일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산출하는 변동성지수(VIX)는 21.66으로 5.23(31.83%)나 급등했다. 6월19일(22.17) 이후 최고치로, 조금 더 오르면 4월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시장의 대표적 지수인 에스앤피(S&P)500을 놓고 보면, 코로나19 사태 발발로 폭락했던 2020년 3월에 비해 거의 2.5배 이상이 올랐다. 그동안 조정이 있기는 했으나, 시장은 곧 회복하며 사실상 5년 이상 장기 강세장을 유지해왔다.

이런 때문인지 이제 시장의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월가의 최대 은행인 제이피모건의 대표 제이미 다이먼은 지난 9일 방송된 BBC 인터뷰에서 심각한 시장 조정을 두고 “누구보다도 훨씬 더 우려한다”며 향후 6개월~2년 사이에 그런 시장 조정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 과열과 버블의 징후는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공지능(AI) 열광이 꼽힌다.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가 없다면, 미국은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경제분석가들은 지적한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대표는 인공지능 투자가 버블이기는 하나 좋은 종류의 버블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버블은 좋은 버블이건, 나쁜 버블이건 지속불가능하다.

둘째 크레딧 스프레드가 극단적 축소돼, 투자 과열을 보여주고 있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국채와 기업채의 수익률 차이이다. 국채에 비해 기업채의 위험도가 커서, 그 수익률도 높아야 한다. 미국에서 투자 등급 기업채의 국채에 대비한 스프레드는 0.77%에 불과하다. 199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무시하고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아메리카은행은 “조정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자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인 것은 인플레이션이 잦아들어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 금리는 2024년 9월과 12월, 그리고 2025년 1월까지 이어지다가 잠시 숨을 멈춘 뒤 지난 9월에 다시 인하됐다. 시장은 9월 이후 금리인하가 순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은 9월에 금리인하를 발표하면서도, 향후 금리인하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효과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금까지 미국의 수입업자와 소매업자들이 트럼프 관세 부담의 대부분을 짊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제 미국 소비자로 그 부담이 전가될 차례라는 뜻이다.

경제분석가들에 따르면 관세 부담의 3분의 2는 기업이 부담했고, 소비자는 30~40%를 부담했다. 그런데 향후 몇 달 동안 소비자 부담은 6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로서는 미국 경제가 지금처럼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인다면, 연준은 예고했던 금리인하를 포기해야만 한다. 금리 인상은 주식, 채권, 금 모두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정치적 요인도 악화일로이다. 미국의 제도와 정치적 규범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제도와 관행, 가치, 규범을 무시하고 폭주해, 시장을 선도해야 할 미국의 지위와 역량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횡포에 시장이 흔들리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예산안 타결에 실패하면서 미국 행정부가 지난 1일 폐쇄됐고 열흘이 지나면서 셧다운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지표가 발표되지 않아 시장과 투자자들은 지도 없는 항해를 하고 있다. 행정부 업무가 재개되고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그동안의 항해가 잘못됐다고 드러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스스로 사임한 총리가 재지명되는 등 막장 드라마가 벌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극우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집권 여당의 대표로 선출돼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공명당이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일본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트럼프의 대중국 추가 관세 발표 이전에도 채권 시장에서는 불안한 징후들이 있었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 부품회사인 ‘퍼스트 브랜즈 그룹’이 지난 9월28일 파산 신청을 해서, 약 100억 달러 이상의 부도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몇 년간 사채 시장에서 일어난 가장 주요한 부도 사태 가운데 하나다. 지난 9월 초에는 저신용 소비자에게 자동차를 판매하고 대출을 제공하는 딜러인 트리컬러가 파산해, 미국 중하류층들의 금융 경색을 보여줬다.

채권 시장은 향후 금융시장의 바로미터로 주목된다. 11월 영국의 예산 확정과 연계된 국채 발행에 대해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일본 국채는 올해 들어서 이미 크게 가격이 떨어져 왔다.

채권 시장은 최근 금 가격의 폭등과 맞물려 서로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 가격의 역사적 상승은 자산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최근 금 가격 폭등은 ‘가치 하락(debasement) 거래’라고 불리고 있다. 달러나 주식 등의 폭락에 대비해 금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금은 최근 12개월 동안 51%나 올라서, 온스 당 4천 달러를 돌파했다. 달러는 지난 1월 이후 주요 통화 대비 약 10%가 하락했다. 하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불안한 징후가 없는 것은 아니나,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가치 하락 거래’와는 상반된 신호를 보낸다.

즉,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측정하는 금융지표로 사용되는 ‘5년 뒤 5년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율’(5y5y Breakeven Inflation Rate)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 

실물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큰데, 채권 시장에는 아직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 시장에서의 기대처럼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미국 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못하고 감세를 계속한다면, 부채는 늘고 결국 국채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 정부로서는 긴축을 하거나, 인플레이션을 방치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긴축보다는 인플레이션을 통한 부채 희석 쪽이 부담이 적다. 

금이 역사적인 고점을 계속 경신하는 것은 당장의 시장 붕괴보다는 이처럼 먼 훗날의 인플레이션을 미리 예고하는 것일수도 있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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