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왜 미르재단을 설립하려고 했을까?
박영수 특별검사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를 본격화면서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을 설립한 ‘진짜 목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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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
28일 특검수사와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문화계에서 ‘진보인사'들을 정리한 뒤 재단을 통해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문화계 새판을 짜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재벌들을 상대로 미르 기금모금을 할 때 ‘행동대장’ 역할을 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문화계)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던 전해졌다.
이런 정황은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확보해 특검에 넘긴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최순실씨 공소장에도 미르 설립과 운영은 최씨가 주도했지만 재단설립 구상은 박 대통령이 직접 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진보성향이 강한 문화계 판도에 불만을 보였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문화계에서 진보성향 인사들을 먼저 제거한 뒤 미르를 통해 대항마들을 직접 육성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나 박 대통령이 2013년 7월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통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2선으로 물러나도록 압박한 것도 진보인사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을 지칭하는 ‘장(長)’표시와 함께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문화예술가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 등의 메모가 적혀 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이 ‘변호인’등의 영화를 보고 ‘이런 걸 만드는 회사(CJ)를 왜 제재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폭로했다.
유 전 장관은 “김 전 실장은 ‘순수 문화예술 쪽에서 반정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단체를 왜 지원하느냐, 제재하라’는 요구를 직접 또는 교육문화수석 등을 통해 전달했다”며 “블랙리스트는 이런 배경 속에서 탄생했고 그 배후에는 김 전 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김정일이 권력장악의 중요한 수단으로 ‘문화’를 이용했는데 박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문화계 ‘접수’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