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촨푸 BYD 회장이 10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배경 아래 쪽에 "앞으로 2~3년 안에 지능형 주행 기술이 필수가 된다"는 문구가 보인다. < BYD 웨이보 계정 사진 갈무리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비야디(BYD)가 중저가 차량까지 자율주행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전기차 경쟁사인 테슬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 시장 선점을 두고 본격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미중 양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자율주행 분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BYD는 ‘신의 눈’이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본가격 6만9800위안(약 1388만 원)인 시걸 차량 일부 모델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10만 위안대 이상 차량부터는 자율주행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특히 BYD는 자율주행 기능에 추가 사용료를 책정하지 않기로 했다.
테슬라에 가장 저렴한 전기차 가격은 3만2천 달러(약 4651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FSD(Full Self-Driving)라는 자율주행 기술에 매월 추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BYD와 테슬라 운전자가 자율주행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크게 차이나는 셈이다.
BYD는 안전벨트나 에어백처럼 자율주행 기술도 차량 기본 기능으로 제공한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이에 향후 자율주행 기술을 더 고도화한다 해도 지금처럼 무료로 제공하거나 낮은 사용료를 청구하는 데 그칠 공산이 크다.
왕촨푸 BYD 회장 겸 CEO는 “자율주행을 대중화해 모두에게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 최근 격화된 첨단 기술경쟁의 대리전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테슬라와 BYD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전기차 기업으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딥시크로 미국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상당한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분야에도 유사한 일이 펼쳐진 셈이다.
자동차 산업 컨설팅업체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 소속 예일 장 전무는 “BYD는 더 많은 사용자에 기술 접근권을 제공하는 사례”라며 “딥시크와 닮았다”고 평가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 출고된 테슬라 차량이 운전자 없이 주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으로 공장에서 빠져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테슬라 X 영상 갈무리> |
중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은 글로벌 시장 선점으로 경제적 이익은 물론 안보 영역까지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 미국과 중국 모두 사활을 걸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반도체 장비 및 인력 유출 제한 및 미국 내 중국 커넥티드카 판매 금지 등 다양한 조치를 내놓았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양국이 관세를 서로 주고 받으며 경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중국은 미국 견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정책 자금을 투자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딥시크와 같이 첨단 기술 자립화에 성과를 거뒀는데 자율주행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퍼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딥시크와 전기차 성공은 중국이 일부 첨단 분야에서 서구를 추월할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BYD가 저가형 차량까지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해서 다른 중국 완성차 기업을 자극해 기술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한계를 맞이하면 자율주행과 같은 기능으로 승부를 봐야 해 다른 중국 업체도 BYD를 따라 자율주행 기술 개발 및 배포에 적극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UBS 소속 폴 공 중국 자동차 섹터 책임자는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중국 기업이 자율주행 혁신 및 대중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왕촨푸 회장 또한 “자율주행 사용자가 늘수록 중국 스마트 주행 기술에 이른바 ‘플라이 휠’ 효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자율주행 데이터가 축적된다면 전기차 산업이 더욱 성장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플라이휠(Flywheel)은 ‘떠 있는 바퀴’라는 뜻으로 성장을 가져오는 선순환 구도를 의미한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싸고 여전히 안전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전문가 견해도 함께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