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결국 ‘독이 든 성배’를 들었던 것일까?
권 회장은 11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대기업 회장으로 처음 검찰수사와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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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포스코는 재계 순위 6위 기업인데 수장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으로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례적이다.
권 회장은 차은택씨가 포스코의 옛 광고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탈을 시도한 의혹에 깊숙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회장 선임 배경까지 의문이 번지고 있다.
검찰은 차씨 측이 포스코의 광고계열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C사에 지분을 넘기라고 강요했던 지난해 3~6월 무렵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과 권 회장이 수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회장을 상대로 차은택씨가 포스코 옛 계열사였던 ‘포레카’ 지분을 강탈했다는 의혹, 포스코가 포레코를 매각하게 된 배경, K스포츠의 배드민턴 창단 요구 관련된 전말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권 회장이 포스코 회장에 선임된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고 이 '원죄' 때문에 청와대의 여러 요구에 협력했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2014년 1월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됐다. 정준양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바통을 이어받았다. 당시 정 전 회장이 퇴진한 배경에도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말이 나돌았다.
권 회장은 당시 그룹 2인자로 불렸던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 5명 후보와 경합한 끝에 회장에 선임됐다.
포스코기술부문장(사장)을 거쳤으나 연구원 출신의 ‘기술통’이었던 그가 회장으로 선임된데 대해 포스코 안팎에서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권 회장의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가 박 대통령과 서강대 2년 선후배 사이로 상당히 가까운 관계로 알려지면서 권 회장의 포스코 회장 선임에 이런 인연이 작용했을 것이란 말도 널리 퍼졌다. 당시 포스코 안팎에서 청와대가 권 회장을 강하게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다니기도 했다.
박 교수는 1998년 박 대통령이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여성정책을 자문한 인연으로 가까워졌으며 이후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할 때마다 만나는 몇 안 되는 인사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포스코와 관련해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에 최순실씨와 차은택씨의 각종 이권사업에 권 회장이 당연히 협조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포스코의 포레카 매각을 놓고 박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포스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정황이라면 권 회장도 청와대의 여러 요구에 '보은' 차원에서 협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으로서 박 대통령의 도움을 얻어 포스코 회장에 오른 것이 '원죄'였던 셈이다.
검찰조사 결과 권 회장이 안종범 전 수석이나 차은택씨의 요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권 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