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4-09-12 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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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 불황 탈출이 점점 더 요원해지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고용 감소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시멘트 등 연관 산업이 축소되는 신호에 더해 선행지표인 건축허가 면적까지 줄어들면서 반등 모멘텀까지 식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배어나오고 있다.
▲ 건설업이 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사의 폐업 등이 늘면서 산업의 고사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 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모습. <연합뉴스>
12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건설 불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내놓는 월간건설경제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7월까지 누적 건축허가 면적은 6713만7천㎡(제곱미터)로 전년 동기 대비 16.6%나 감소했다.
건축허가 면적은 건설업황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건축허가 면적이 늘면 시차를 두고 착공, 건축 투자 등이 이어진다.
건설업계가 이미 심각한 수준의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선행지표마저 부진해 한동안 업황 반등마저 기대할 수 없는 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장기간 이어진 건설 불황에 따른 영향은 고용 등 다른 지표에서도 두드러진다.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노동시장 동향 결과에서는 건설업에서 8월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만3천 명 줄었다. 3개월 연속 1만 명 이상 감소가 이어졌는데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에 전체 취업자 수는 2880만1천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만3천 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만4천 명(3.9%)이 줄면서 4개월째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2013년 10차 산업분류 변경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건설업 취업자 감소는 기본적으로 건설경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종합 건설 쪽에서 지속적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의 불황은 다른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시멘트협회가 11일 내놓은 ‘2024년 상반기 시멘트 생산·출하·재고 실적’을 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생산량은 2274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했다. 내수 출하량은 2284만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줄었다. 시멘트는 건설업황에 영향을 받는 대표적 산업으로 꼽힌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시멘트 생산량 등 전망을 놓고 “일부 시멘트 제조기업에서는 조만간 생산량 조절을 위한 부분적 설비 가동 중단마저 고민 중”이라며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앞으로 2~3년 내 출하량은 4천만 톤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마저 제기되는데 연간 시멘트 출하량 4천만 톤은 IMF 외환위기에도 경험한 적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불황에 건설사 부도와 폐업이 이어지는 등 산업의 고사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첫째 주까지 부도를 낸 건설기업은 22곳으로 지난해 1년 동안 발행한 부도 건설사 수인 21곳을 넘어섰다.
폐업한 건설사의 수는 7월까지 누적 295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32% 증가했다.
국내 경기 흐름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건설업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만큼 건설업계의 위기에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6일 내놓은 건설동향브리핑에서 “특정 산업의 생산활동이 경제 전체의 직간접적 고용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나타내주는 취업유발계수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건설업은 생산액 10억 원당 10.5명”이라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컴퓨터와 전자장비 등의 조립가공제품 5.3명, 금융 및 보험 등의 생산자 서비스 7.7명보다 월등한 고용창출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216만8천 명으로 전체 고용의 7.7%에 달하는 만큼 서민의 소득 향상을 위해 건설기업의 지속 경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