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9-03 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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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가 정제마진 약세 장기화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오는 2026년까지 9조 원 이상을 투자해 울산 온산 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정유-화학사업 통합을 추진 중이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트인만큼, 완공까지 자체 현금창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 정제마진 약세가 길어지면서 9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
3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3분기 에쓰오일의 정제마진이 하락하면서 당초 시장기대치였던 영업이익 3493억 원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8월 마지막주 1배럴당 2.6달러로 7월 4.4달러에 이어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다. 통상 정유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3분기 에쓰오일 실적을 매출 9조910억 원, 영업이익 1660억 원으로 예상했다. 부문별 영업손익만 놓고 보면 정유 부문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6662억 원을 냈는데, 올해 3분기에는 영업손실 400억 원으로 기록하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약세 원인에 대해 “9월 예정된 중국의 석유제품 3차 수출쿼터량 발표에서 쿼터량이 확대되면 중국 내 정유설비 가동률 증대와 함께 수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유가 하락 우려 또한 석유제품 구매 지연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은 또다른 경로로 에쓰오일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재고의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OPEC+ 소속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을 비롯한 산유국 8개국이 올해 연말까지 하루 18만 배럴, 내년 1~9월까지는 하루 21만 배럴씩 증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증산이 이뤄지면 향후 국제유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에쓰오일 실적부진은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유가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 손실 1110억 원이 반영되는 반면 정제마진 개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유부문 적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8조8793억 원, 영업이익 614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매출은 11.7%, 영업이익은 11.3% 각각 늘어났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의 연결기준 올해 전체 매출은 36조6233억 원, 영업이익은 8416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에 비해 매출은 2.5% 늘어나는 것이지만, 영업이익은 37.9% 감소하는 것이다.
유가하락과 정제마진 감소세에 따라 내년 영업이익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 부문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에쓰오일이 진행 중인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할 차입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 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와 연간 320만 톤 규모의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이다.
총 투자금액은 70억 달러(3일 환율 기준 약 9조4천억 원)로 2026년 하반기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2분기 기준 부지지정 공사 공정률은 94.9%, 설계·조달·시공(EPC) 공정률은 30.9%다.
에쓰오일은 올해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할 자본적 지출 규모를 2조7천억 원으로 잡았다. 내년에는 3조6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지출 규모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앞선 2분기에도 에쓰오일은 정제마진 약세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며, 사힌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외부차입 확대 가능성이 제기됐다.
▲ 2023년 3월 9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 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관계자들이 시삽하고 있다. <에쓰오일>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6년 상반기까지 남은 프로젝트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외부자금 조달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에쓰오일은 보수적 운영으로 건전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제마진이 2021~2023년 대비 하락한다면 향후 외부 차입규모는 증가할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황 악화 속에서 샤힌 프로젝트 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히즈아지 대표의 역할이 더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샤힌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2023년 5월 에쓰오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인물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킹파드 석유광물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사우디 국영석유 기업 아람코에서 1996년부터 27년 동안 석유가스 생산시설 관리, 사업개발, 투자 현지화, 초대형 프로젝트 기획 등을 맡았다. 2016년 아람코 아시아 재팬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2018년엔 아시아지역을 총괄하는 아람코 아시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아람코의 대주주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챙길 정도로 아람코의 최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히즈아지 대표로선 이 프로젝트 성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한편 회사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 자금 조달과 관련해 "정제마진의 일시적 약세에도 샤힌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자금조달은 장기적으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