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지분 26.77%를 확보하며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쥔 예림당 측(지분율 29.74%)과 격차를 3% 안으로 좁혔기 때문이다.
▲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을 놓고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과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의 팽팽한 밀고 당기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과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유·불리를 따져보며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증권업계와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대명소노그룹의 최근 티웨이항공 지분 확보가 경영권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명소노그룹은 현재까지 티웨이항공 지분 확보와 관련한 뚜렷한 의사 표명을 하진 않고 있다.
다만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분을 26.77%(소노인터내셔널 14.9%, 대명소노시즌 10.0%, 우호 지분 1.87%)나 확보한 만큼 분명한 목적을 두고 지분을 확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지분 매입을 위해 투입한 자금은 1987억 원가량이다.
대명소노그룹은 호텔과 리조트를 비롯해 다양한 여행·레저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업과 접점도 많은 편이다. 현재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쥔 예림당은 아동도서 출판기업이다.
현재 티웨이항공의 경영권 변동과 관련해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예림당 측이 대명소노그룹에 지분을 매각해 순조롭게 경영권을 넘기는 시나리오와 양 쪽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다투는 시나리오다.
▲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
예림당 오너 일가 일원인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으로서는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가도 지는 게임은 아닐 수 있다. 나 부회장은 예림당 창업자인 나춘호 예림당 대표이사 회장의 아들이다.
나 부회장이 2013년 예림당 대표이사로서 티웨이항공 인수를 주도할 당시 티웨이항공 지분 82.8%를 사들인 금액은 50억 원에 불과하다. 지금 적당한 가격에 지분을 넘기게 되더라도 막대한 차익을 얻는 셈이다.
티웨이항공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면 지키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노선 4개를 이관 받는 기회를 얻었다. 이에 티웨이항공이 노선 확장을 통해 해마다 수천억 원대의 추가 매출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예림당에 마땅한 성장사업이 없다는 점도 티웨이항공을 넘기기 아쉬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현재 예림당 시가총액은 500억 원 아래에 머물고 있다. 출판 사업 등의 성장성이 제한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티웨이항공의 시가총액은 5천억 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나 부회장이 현실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예림당은 대명소노그룹과 비교해 현금 동원력이 미약하다. 예림당의 2023년 말 기준 현금·현금성자산은 별도기준 49억 원으로 소노인터내셔널(별도기준 1832억 원)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대명소노그룹 아래 계열사인 대명소노시즌(별도기준 140억 원)보다도 적다.
물론 나 부회장이 경영권을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지니고 있다면 재무적투자자를 포섭하거나 보유 부동산을 활용해 대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양쪽 모두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이룰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각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는 모양새가 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 확보 의지가 확실해졌다”며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있지만 예림당 측과 인수가액 협상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바라봤다.
대명소노그룹을 이끌고 있는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은 그룹 창업자인 고 서홍송 회장의 아들이다.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양 쪽의 수장이 모두 오너 2세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서준혁 회장은 항공업을 인수해 국내외 호텔·리조트 사업과 시너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미국 뉴욕의 ‘33시프트 호텔 뉴욕’, 프랑스 파리의 ‘담 데자르 호텔’, 미국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에 관한 비즈니스포스트의 문의에 “전혀 들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대명소노그룹 관계자는 "경영권 확보를 생각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지분 확보는 그룹의 기존 사업과 항공업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