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해야 재산분할 규모가 1조 원을 넘어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최 회장이 보유한 자산은 대부분이 SK 지분인데 1조3800억 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SK 지분의 절반가량을 노 관장에게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
SK그룹은 최근 대대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검토하며 경영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를 보여왔는데 지배구조 불안이 더해지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산분할금액을 1조3808억 원으로 판결했다.
노소영 관장이 결혼한 뒤 SK그룹의 기업가치 증대에 기여를 한 점이 법원으로부터 완전히 인정받은 것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에게 1조3800억 원의 재산분할을 해야 함으로써, 그룹 지배력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
재산분할금액은 1조3808억 원에 달하는 만큼
최태원 회장이 SK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최 회장은 현재 SK 지분 17.73%와 함께 SK디스커버리 0.11%, SK디스커버리 우선주 3.11%, SK케미칼 우선주 3.21%, SK텔레콤 주식 303주, SK스퀘어 주식 196주를 보유하고 있다.
30일 종가 기준으로 최 회장의 SK 지분 가치는 2조516억 원이고, 나머지 지분과 주식 가치는 5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1조3800억 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SK 지분의 절반 이상을 노 관장에게 넘겨야 하는 셈이다.
다만 주식담보대출이나 비상장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SK 지분을 팔지 않고 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비상장사 SK실트론 지분 29%는 약 1조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최 회장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상고를 하면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으로 SK그룹 지배구조는 향후 몇 년 동안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오너와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이 30%를 넘어야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까지 합한 대주주 지분은 25.57%에 불과하다. 만약 최 회장이 SK 지분의 절반을 노 관장에게 넘겨준다면 그룹 오너로서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재판 결과로 SK그룹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과거 무리하게 진행했던 인수합병과 투자로 최근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SK의 총차입금 규모는 2023년 말 기준 84조2천억 원으로 2020년 48조3천억 원에서 3년 만에 74% 가량 증가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도 각각 165.8%, 40.7%로 2022년에 비해 상승했다.
SK그룹은 이에 따라 대대적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올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데 지배구조가 불안정해지면 추진력에 힘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노 관장이 SK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 관장은 2022년 1심 판결 직후 “제가 요구한 것은 재산 분할이지 회사 분할이 아니다”라며 “상급심에서 정당하게 SK 주식을 분할받으면 SK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