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법원이 이미 이혼했더라도 당사자 사이 실질적 합의가 없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미 이혼한 부부 사이의 혼인을 무효로 돌릴 실익이 없다는 판례가 40년 만에 바뀐 것이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3일 이혼 뒤 '혼인 무효'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판결을 내렸다. 40년만에 판례를 바꾼 것이다. <픽사베이>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혼인 관계를 전제로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돼 그 자체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판례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민법 815조에 따르면 당사자 사이의 혼인 합의가 없거나 근친혼일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1984년 이래로 이미 이혼한 부부 사이 혼인을 사후에 무효로 돌릴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당시 판례는 "단순히 여성이 혼인을 했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에 기재돼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이유만으로는 혼인의 무효를 확인할 이익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에 판례변경에 바탕이 된 사안은 A씨가 2001년 남편 B씨와 혼인했다가 2004년 이혼했는데 혼인신고 당시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극도의 혼란과 불안 및 강박의 정신상태에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며 혼인을 무효로 해달라고 청구한 사례다.
대법원은 A씨가 전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청구 소송을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건을 서울 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국민의 가족관계 정보와 관련한 자기결정권 및 무효 가능성이 있는 혼인에 따른 후속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처리하려는 것에 바탕을 둔 의미 있는 판결로 바라보고 있다.
김승현 법무법인 선인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대법원 판례는 무효 사유가 있는 혼인임에도 이를 간과하고 이혼을 한 경우에도 혼인 무효를 인정받을 수 있어 가족관계기록부 등을 정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