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시판 전기차 가운데 1회 충전으로 가장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차종들의 순위와 보조금을 포함한 실제 구매 가격을 살펴봤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전기차 판매가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기 좋은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차량 출고대기가 짧아지고 한동안 사라졌던 자동차 구매 할인은 물론 판매가격 자체를 내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1일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에서 판매중인 전기차 가운데 1회 충전으로 가장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톱10' 차종의 순위와 보조금을 포함한 실제 구매 가격을 살펴봤다. 모델별로 인증 주행거리가 다른 차종은 가장 긴 주행거리를 인증받은 모델을 기준으로 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 1위 전기차는 아이오닉6 롱레인지 2륜구동(2WD) 모델로 국내 기준 524km를 인증 받았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디자인 특화 모델인 아이오닉6 블랙에디션을 출시하면서 2024 아이오닉6 가격을 트림별로 200만 원씩 내렸다. 이에 현재 해당 모델의 트림별 전기차 세제혜택 후 판매가격은 △E-라이트 5060만 원 △익스클루시브 5405만 원 △익스클루시브 플러스 5575만 원 △프레스티지 5935만 원이다.
아이오닉6는 올해 전기차 국고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차종이기도 하다. 올해 환경부 최대 보조금 지급액 650만 원에 제조사가 전기차 판매 가격을 할인하면 추가로 보조금을 주는 인센티브를 더해 690만 원의 국고 보조금이 지급된다. 서울 기준 지자체 보조금 150만 원까지 모두 84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서울에서 국내 시판 전기차 중에 1회 충전으로 가장 멀리가는 전기차를 구매하는데는 4220만 원~5095만 원이 든다.
2위는 501km를 인증받은 기아 EV9 2WD 19인치 모델이다. 판매가격은 트림별로 에어 7337만 원, 어스 7816만 원이다.
올해 5500만 원 이상에서 8500만 원 미만인 전기차는 보조금을 50%만 받을 수 있다. 이에 해당 모델은 국고보조금 301만 원, 서울 기준 지자체 보조금 69만 원 등 모두 370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고려한 실 구매가격은 에어 트림 6967만 원, 어스 트림은 7146만 원이다.
현재 국내시판 전기차 가운데 국내 기준 500km 이상의 1회충전 주행거리를 인증받은 전기차는 아이오닉6와 EV9 단 2차종 뿐이다.
3위는 현대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 2WD 19인치 모델이다. 1회충전주행거리는 485km다.
현대차는 지난달 아이오닉5의 첫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4세대 배터리를 적용해 배터리 용량이 기조 77.4kWh(킬로와트시)에서 84.0kWh로 늘었다. 이에 따라 주행거리도 기존 458km에서 27km가 늘었지만 차량 가격은 동결했다.
전기차 세제혜택 후 기준 롱레인지 모델 가격은 △E-라이트 5240만 원 △익스클루시브 5410만 원 △프레스티지 5885만 원이다.
국고보조금 690만 원과 서울 기준 지자체 보조금 150만 원을 받을 수 있어 이를 고려한 실제 구매가격은 4400만~5045만 원이다.
4위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 EQS+로 1회 충전으로 478km를 갈 수 있다. 판매가격은 1억6390만 원으로 보조금은 받을 수 없다.
EQS 450+는 유럽 WLTP 기준 780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는데 이는 아이오닉6의 WLTP 인증 주행거리 614km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하지만 국내 기준으론 EQS 450+ 인증 주행거리가 40% 가까이 깎였다.
사실 한국의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 기준은 가혹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유럽 WLTP 인증은 도심주행에 맞춰 평균 시속 47km, 최고 시속 130km로 총 23km를 주행한다. 미국 EPA 기준은 도심주행에 고속주행을 추가해 두가지 주행에서 모두 모두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시험한다. 이렇게 측정한 값에 온도 등 변수를 고려해 0.7을 곱해 주행거리를 산정한다.
한국은 EPA 방식을 따르면서도 국내 도로 환경과 에어컨 가동, 외부 저온 환경 등을 고려한 보정식을 적용해 주행거리가 더 감소한다. 또 유일하게 저온과 상온 주행거리를 따로 측정하는데 저운 주행거리가 상온에서보다 30% 이상 떨어지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해외에 있는 본사에서 차량을 개발하는 수입 전기차는 국산 전기차와 비교해 국내 주행거리 인증에 더 불리한 측면이 있다. 전기차를 구매할 땐 국내 인증 기준보다 상당히 더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5위는 기아 EV6 롱레인지 2WD 19인치 모델이다. 1회 충전으로 475km를 갈 수 있다. 국고 보조금 684만 원 포함 서울 기준 모두 829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고려한 실제 구매 가격은 4431만~5166만 원이다.
6위는 471km를 인증받은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다. 판매가격은 1억350만 원으로 역시 보조금은 받을 수 없다.
7위는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 4륜구동(AWD) 모델로 주행거리 468km를 인증 받았다. 판매가격은 6399만 원으로 보조금은 책정되지 않았다.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환경부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단 중국산 모델Y 후륜구동(RWD) 모델 1개 차종에 대해서만 보조금 지급을 위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8위는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450 4매틱으로 1회 충전으로 459km를 갈 수 있다. 가격은 1억5500만 원, 보조금은 받을 수 없다.
9위는 451km의 제네시스 GV60 스탠다드 2WD 모델이다. 판매가격은 6433만 원, 보조금은 국고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쳐 서울 기준 4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10위는 BMW iX x드라이브50으로 주행거리는 447km다. 가격은 1억4890만 원, 보조금은 못받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여 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 드리웠던 비정상적 공급자 우위 시장 구도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1년 넘게 기다리는 게 일상이었던 차량 출고 대기 기간은 대폭 짧아지고 사라졌던 차량 구매 할인 혜택도 늘고 있다.
한 때 차를 계약하고 1년 반 이상 기다려야 했던 전기차 EV6와 아이오닉5는 이제 1달 안팎이면 차를 받을 수 있다.
기아는 4월에도 EV6, EV9, 니로 EV 등 전기차를 사면 찻값을 최대 350만 원 깎아주는 'EV페스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