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신임 대표이사가 기업가치 상승이란 무거운 과제를 떠안았다.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일정 기업가치를 밑돌 경우 재무적투자자에게 차액을 보상해야 한다. 문제는 새로 부임한 강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신임 대표이사가 2일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강병구 신임 대표이사 취임식을 개최했다고 5일 밝혔다.
강 대표는 이날 취임사에서 4대 실행전략으로 △혁신과 솔루션을 통한 고객 서비스 차별화 △물류 영토 확장을 통한 글로벌 사업의 성장 △초국경물류(CBE) 등 신사업 개발 △내부 조직 간의 협력과 정보공유 및 외부 파트너, 협력사와 긴협업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이에 강 대표가 지난해 부진했던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글로벌 사업에 주력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기준 11개 국에 진출해 있다. 34개 국에 진출한 CJ대한통운, 18개국에 진출한 한진보다 규모가 뒤처지는 만큼 강 대표가 해외진출 국가를 늘리는데 힘쓸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초국경택배 사업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이커머스를 대상으로 한 영업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국경택배 사업은 국내 물류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로 해외직구 물품의 국내배송을 맡는 ‘국제특송’과 글로벌 이커머스의 권역별 물류센터(GDC)를 운영하는 권역물류센터 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인천공항 자유무역지대에 자체특송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발 이커머스 해외직구 확대 추세를 감안해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경쟁기업인 CJ대한통운과 한진은 국제특송 사업을 위한 인프라를 확대하고 글로벌 이커머스를 상대로 한 영업을 강화하면서 초국경택배 사업의 물량을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강 대표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암모니아 해상 운송사업, 배터리 전해액 전용 운송을 위한 액체 화물운송 컨테이너 사업, HMM과의 합작으로 설립한 HNL트랜스의 컨테이너 운송사업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 부문과 SCM 부문의 이익이 늘어났지만 글로벌 부문의 이익이 반토막나며 실적이 주춤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글로벌사업부문은 2023년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393억 원, 누적 영업이익 166억 원을 거뒀다.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8.7%, 영업이익은 53.8% 각각 줄어든 것이다.
롯데그룹이 CJ대한통운에서 글로벌부문 대표를 맡았던 강 대표를 영입한 것도 글로벌 사업에 힘을 주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재무적투자자와 맺은 계약 때문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7년 재무적투자자로 들어온 사모펀드 메디치인베스트먼트를 2대주주(지분율 21.87%)로 두고 있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이 실패하거나 공모가가 일정 금액을 밑돌면 롯데지주로부터 차액을 보상받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업가치는 1조5천억 원을 목표로 잡고 상장 주관사를 지난해 11월 선정했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의 풋옵션은 앞서 행사기한이 2차례 연기된 끝에 올해 4월부터 행사할 수 있다. 양측의 합의가 있다면 내년 1월로 행사기한을 연기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은 그동안의 투자로 나빠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0년부터 각종 물류 인프라 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진천 중부권 메가허브터미널. |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 344.1%, 순차입금비율 264.1%로 2019년 말보다 부채비율은 67.6%포인트, 순차입금비율은 95.5%포인트 각각 늘어났다. 통상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어가면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본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0년 이후 투자한 진천 중부권 메가허브터미널(3387억 원), 영남권 통합 자동화센터(890억원) 등으로 부채비율이 치솟았다. 올해도 메가허브터미널 자동화 분류시설 구축(921억 원), 여주의류물류센터(2047억 원) 등에 투자소요가 남아 있다.
강 대표는 1968년생으로 미국 에버리스트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글로벌 물류기업 UPS의 영업·회계부서에서 근무했다. 2008년 삼성SDS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6년 다시 UPS에 복귀해 아시아태평양영업 부사장, 글로벌영업 부사장 등을 지냈다.
CJ대한통운에는 2021년 합류했다. 글로벌사업 부문을 이끌며 사우디아라비아 글로벌 권역물류센터 건립, 미국 내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 해운선사 에버그린과 업무협약 등을 추진했다. 신재희 기자